구제역 탓 이동 통제 ‘자체처리 한계’ 달해
곳곳 땅파서 임시 저장 ‘2차 오염원’ 가능성
곳곳 땅파서 임시 저장 ‘2차 오염원’ 가능성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고 축산 분뇨에 대해 이동 금지령을 내리면서 전국 농가에 축산 분뇨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악취가 진동하는 등 ‘축산 분뇨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축산 분뇨가 자칫 2차 오염원으로 번지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구제역 차단 방역의 하나로 ‘가축 분뇨 운반 차량 등에 대한 일시 통제(2월2~13일) 조처’를 전국의 자치단체에 내렸다. 지난달 13~19일 1차 이동제한에 이은 두번째 통제다.
주 내용은 차량 등으로 분뇨를 이동시키지 말고 농장에서 자체 처리하거나 주변에 저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이후 차량 이동 제한 조처가 장기화하자, 하루평균 한 마리당 젖소 37.7ℓ, 한우 13.7ℓ, 돼지 5.1ℓ씩 쏟아내는 분뇨 더미가 축산 농가 주변에 산을 이루고 있다. 더 이상 쌓을 곳이 없는 농가는 논밭에 분뇨를 뿌리면서 농촌 들녘에 분뇨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의 한 주민은 “예년 겨울에는 축산 분뇨 악취가 덜했는데 구제역 발생 뒤에는 입마개를 하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심하다”며 “자치단체 등에 민원을 제기해 봤지만 구제역 핑계만 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축산농 김이수씨는 “구제역 발행 이후 이동이 제한되면서 날마다 쌓여가는 분뇨를 바라만 보고 있다”며 “농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용량이 차거나 넘쳐 분뇨 처리로 골치를 썩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의 축산농 정창영씨도 “축사가 깨끗해야 구제역도 피할 수 있는데 분뇨가 쌓여서 걱정”이라며 “농가 자체 처리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축산 농가와 주민, 자치단체 등의 분뇨 민원이 잇따르자 농식품부는 지난 8일 부랴부랴 ‘가축 분뇨 운반 차량 일시통제 관련 보완조처’를 내려보내, 시·군 공동자원화 시설·공공처리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양돈협회 시·군지부에 신고하고 차량·인력 등을 철저하게 소독한 뒤 바다 등 별도 장소에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청원과 진천 등 2곳에 공동 자원화 시설이 있지만, 두 곳 모두 구제역이 발생한 터라 이동이 쉽지 않고 처리 용량 또한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경북 영주의 한 축산농은 “70일 이상 이동이 통제되는 동안 돼지가 20% 이상 새로 태어나 분뇨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농장 곳곳에 땅을 파 불법적으로 임시분뇨저장소를 만드는 등 농민들이 본의아니게 환경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포화 수준을 넘어선 돼지 수매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유호 충북도 친환경축산팀장은 “정부는 농가에서 자체 처리하라고 하지만 농가마다 축산 분뇨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자칫 2차 오염원으로 전국에 번지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오윤주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sting@hani.co.kr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청원과 진천 등 2곳에 공동 자원화 시설이 있지만, 두 곳 모두 구제역이 발생한 터라 이동이 쉽지 않고 처리 용량 또한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경북 영주의 한 축산농은 “70일 이상 이동이 통제되는 동안 돼지가 20% 이상 새로 태어나 분뇨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농장 곳곳에 땅을 파 불법적으로 임시분뇨저장소를 만드는 등 농민들이 본의아니게 환경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포화 수준을 넘어선 돼지 수매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유호 충북도 친환경축산팀장은 “정부는 농가에서 자체 처리하라고 하지만 농가마다 축산 분뇨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자칫 2차 오염원으로 전국에 번지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오윤주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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