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매몰지 인근 581개 마을 “상수도 설치” 촉구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 소와 돼지가 대규모로 파묻혀 있는 주민들은 더는 지하수를 먹지 못하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경기도가 매몰지의 침출수를 뽑아내는 데 이용하겠다고 밝힌 ‘유공관’은 상당수 매몰지에 설치되지 않았거나 교체해야 할 만큼 부실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도내 매몰지 2017곳 가운데 최근 1844곳을 조사한 결과 45%인 829곳은 ‘침출수 유공관의 보완공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829곳에는 유공관이 아예 설치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시공돼 모두 재시공이 불가피한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유공관은 소와 돼지가 묻힌 땅속에 박아넣어 가축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침출수를 모아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한 플라스틱 관이다. 경기도 구제역상황실 관계자는 이날 “유공관을 자갈로 둘러싸는 등 설치하기가 복잡한데 시간에 쫓겨 유공관을 제대로 묻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침출수를 뽑아내려면 먼저 문제가 있는 유공관을 모두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시장·부군수들은 이날 오전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제역 매몰지 사후관리 긴급회의’에 참석해, 매몰지 인근 주민들의 지하수 오염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철섭 안성부시장은 “매몰지가 120곳이나 집중된 안성시 일죽면에선 지하수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수 불안감 때문에 조속한 상수도 설치를 촉구하는 곳은 이천·용인·안성 등 경기도 17개 시·군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 인근 581개 마을에 이른다. 지난달 중순 돼지 9000여마리를 논 4000㎡가량에 묻은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주민들은 매몰지에서 수십m 떨어진 관정에서 퍼올린 지하수에서 악취가 나고, 심지어 지하수로 재배한 상추에서도 역한 냄새가 난다며 이천시에 조사를 촉구했다.
경기도는 매몰지 주변 1만여곳의 모든 지하수 관정에 대한 수질검사를 하기로 했으나 4월 중순쯤에야 수질검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지 못할 전망이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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