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회 첫 ‘인사청문회’
투표만 하던 방식 바꿔 ‘의견청취’ 도입해 눈길
문화재단대표 내정 공방…여 시의원들 색깔론 눈살
투표만 하던 방식 바꿔 ‘의견청취’ 도입해 눈길
문화재단대표 내정 공방…여 시의원들 색깔론 눈살
“내정자는 고 문익환 목사의 큰며느리이고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로 노무현 정권 당시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냈다…(중략) 좌파 또는 진보적 상징으로 보일 수 있다.”(성남시의회 한나라당 김순례 의원)
“나는 예술가 정은숙일 뿐이다. 프리마돈나(오페라 주역 여성 배우)로 활약하다 교수가 돼 그 가문에 시집을 갔는데 누구의 며느리라는 사실 때문에 20년 이상 알게 모르게 피해를 많이 봤다. 유감이다.”(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은숙 내정자)
경기도 성남시장이 내정한 시 산하 단체장 2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2일 성남시의회에서 열렸다. 기초의회에선 전국에서 처음이다. 지방의회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성남시의회는 ‘의견청취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형식과 내용은 같았다.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은숙(65·세종대 교수) 내정자를 상대로 3시간 가량 진행한 의견청취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른 사안과 마찬가지로 시각 차가 확연했다.
이들은 정 내정자의 화려한 문화예술 경력을 함께 인정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4명은 정 내정자의 비전과 정책 등에 대해 주로 질의를 했고, 한나라당 의원 3명은 정 내정자의 성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한나라당 김순례 의원은 “내정자가 좌파 또는 진보예술계의 상징이고 노무현 정부 때 잘나가다 이명박 정부 때 쫓겨나고 나서 지방권력(성남시)이 바뀌자 다시 복귀했다”는 한 주간지 기사를 인용해 정 내정자와 날을 세웠다.
이날 의견청취는 시의원들과 내정자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다소 과열되기는 했지만, 임명된 시 산하 단체장에 대해 투표만 하던 방식을 바꾼 것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성남시의회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정 내정자와 장건 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하게 된다.
한편, 정 내정자는 “의견청취 절차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표이사로서의 개인 능력과 철학을 판단하지 않고 집안 문제를 거론하는 부분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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