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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에서 ‘늦깎이 작가’로 “가슴 속 묵은 말들 글로 썼다오”

등록 2011-03-01 20:23수정 2011-03-02 13:38

지난해 가을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연 공모전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김연달·이춘자·권향숙(앞줄 왼쪽부터)씨 등이 ‘성인 문해교육반’ 수강생들과 함께 했다.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 제공
지난해 가을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연 공모전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김연달·이춘자·권향숙(앞줄 왼쪽부터)씨 등이 ‘성인 문해교육반’ 수강생들과 함께 했다.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 제공
단양복지관 노인·장애인, 첫 문집 펴내
“이 까만 하늘 묵지에 글 한 자 못쓰는 아쉬움, 뒤척이는 새벽 잠, 뒤척이는 이내 마음.”

충북 단양노인장애복지관이 최근 발행한 문예집 <까만 하늘 먹지 위에 글 한 자를 써 내리고>에 실린 김연달(79) 할아버지의 시 ‘한밤에’의 한 대목이다.

문예집에는 복지관이 2007년부터 운영해온 ‘성인 문해 교육반’에서 한글을 익힌 노인·장애인 수강생 30명이 낸 시·수필· 편지 작품 55편이 실려 있다. 불교 천태종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단양노인장애복지관(관장 전해두)은 해마다 20주씩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왔으며, 지난해 9월 작품 공모를 해 빼어난 글을 추려 책을 냈다.

‘까막눈’의 설움과 한을 벗어던진 이들의 ‘난생 첫 글쓰기’는 대부분 자신과 가족을 향하고 있다.

권향숙(80) 할머니는 글을 배워 처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아들, 너무 보고 싶구나. 너를 그리워하며 같이 죽지도 못하고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단다.” 2009년 늦여름 갑자기 숨을 거둔 아들에게 뒤늦게 보낸 사랑 고백이었다. 한글반의 ‘왕언니’ 조매월(81) 할머니는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평생 연필 한번 못 잡아보고 코끼리 가죽처럼 늙어만 가는데…, 느는 건 한숨뿐 답답한 마음에 점쟁일 찾아가 본다…”며 한글 공부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수필부문 1등상을 받은 이춘자(70) 할머니는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글에서 “옆에서 오른 팔이 되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썼다. 이씨는 광산에서 일하다 화물차에 깔려 오른팔 등을 잃는 등 40여년 장애를 안고 지내왔다. 전용성(62·지체장애 3급) 할아버지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편지 한 번 못 드리고 이제야 글씨를 배워 편지를 보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의 삶을 살겠습니다”는 다짐을 글에 담아 하늘 나라 어머니에게 보냈다.

최지혜(32) 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뒤늦게 깨우친 한글이 노인·장애인 등에게 이렇게 큰 힘과 자랑이 되는 줄 몰랐다”며 “평생 가슴 속에 담았다가 글로 터뜨린 첫 작품이기에 모두 너무나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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