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차기주자 염두 행보” 분석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8일 부산·울산·경남을 다시 통합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들자는 ‘동남권 특별자치도’ 설치를 제안했으나 이는 2년 전 부산과 울산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해 흐지부지됐던 김태호 전 지사의 ‘동남권 대통합안’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제안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제안 마련에 참여했던 도 관계자는 “2009년 통합안과 이번 안의 차이점은 주장하는 도지사가 바뀌었다는 점뿐이어서 2년 전에 만들었던 정책을 베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정책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행정구역 개편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도지사가 전국적 관심을 끌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도는 8일 도청 회의실에서 ‘화합과 공동번영의 동남권 발전계획’ 정책보고회를 열어, “동남권의 위기를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해 3대 전략 9대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의 주 내용은 △부산·울산·경남을 통합한 동남권 특별자치도 설치 △낙동강과 남강 주변에 인공습지를 만들어 확보한 맑은 물의 고른 공급 △광역 메트로, 창원~울산 직통 경제고속국도, 함양~울산 고속국도 등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관광벨트와 그린에너지산업 집적단지 조성 등이다. 도는 2014년 정부가 추진할 행정구역 개편에 맞춰 이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경남·부산·울산을 분리할 당시 그렇게 해야 할 상황이 되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융합과 통합이 필요한 시대”라며 “동남권 특별자치도가 획기적 제안이지만 부산과 울산도 나름의 방안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앞으로 부산·울산과 구체적으로 토론·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지사는 2009년 1월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행정권의 광역화는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를 둘러싼 국내 환경 역시 한 차원 높은 실질적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산·울산·경남으로 나눠진 기존 행정구역을 하나의 광역적 행정체제로 과감히 개편해 첨단의료복합단지, 광역교통망, 남해안 프로젝트 등을 함께 고민하고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 제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현하기 위해 ‘동남권 대통합 추진협의체’ 구성을 요청했으나, 부산과 울산의 호응을 얻지 못해 성사시키지 못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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