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사용자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송정문 대표가 9일 경남경찰청 민원실에 가기 위해 민원실 앞 경사로를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경사로의 기울기가 너무 심해 송 대표는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지 못했다.
경남 공공기관 장애인시설
편의시설 이행률 34% 그쳐
편의시설 이행률 34% 그쳐
경남의 공공기관들이 대부분 장애인시설을 눈가림식으로 설치해 정작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휠체어 사용자인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송정문 대표와 함께 경남도청과 경남경찰청의 민원실을 살펴본 결과, 경남도청 민원실 바닥에는 시각장애인을 안내해 주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민원실 입구의 공중전화 부스는 너비가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았으며, 민원인용 컴퓨터도 휠체어를 타고는 접근할 수 없었다.
무인민원발급기는 점자와 음성 안내가 되지 않아 시각·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무인민원발급기 높이가 적절하고, 장애인용 창구도 마련돼 있어, 다른 기관에 견주면 최고급 호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민원실은 입구에서부터 막혔다. 민원실로 가는 통로의 기울기가 심해 혼자서는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없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접근로의 기울기는 12분의 1 이하여야 한다고 돼 있으나 민원실 앞 통로는 3m 정도의 길이에 높이가 50㎝나 됐다. 억지로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자 앞바퀴가 들리면서 뒤로 넘어지려 해 도움을 받아 민원실에 들어갔다. 민원실 창구는 앞이 막혀 있어 휠체어를 타고 다가갈 수 없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해 규정에 맞게 시설을 개선하겠으며, 당장은 경사로 앞에 안내판을 설치해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면 직원이 나가서 도와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 22개 장애인단체로 이뤄진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와 18개 시·군의 공공기관 1012곳에 설치된 장애인시설을 점검한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 제공 이행률’이 평균 34.4%에 그쳤다고 밝혔다. 기관별 이행률은 경남도가 45.8%로 가장 높았으며, 통영시가 29.4%로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는 이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7일부터 10월14일까지 해당 기관을 방문해 관련 법률에 따라 주차장, 경사로, 승강기, 출입구, 화장실 등 10개 분야 101개 항목을 직접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송 대표는 “조사를 끝낸 뒤 각 기관에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대부분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답을 하더라도 한결같이 예산 타령만 했다”며 “올해는 교육청을 포함한 학교기관 987곳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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