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임대주택 ‘전세금’ 인상…“서민고통 가중” 반발

5월부터 재개발 임대 ‘전세전환보증금’ 올려
은평 등 대부분 지역 보증금 1천만원 이상 뛰어
7월부터 임대료도↑…“주거안정 책무 외면”

전세난이 심각한 가운데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오는 7월부터 공사가 보유한 주택·아파트의 임대료를 인상하기로 한 데 앞서, 오는 5월부터는 재개발 임대주택의 전세전환보증금을 높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인 에스에이치공사까지 전세전환보증금을 높여, 집없는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에스에이치공사의 ‘임대주택 보증금 현황’ 자료를 보면, 공사는 오는 5월2일부터 재개발 임대주택의 전세전환이율을 기존 9.5%에서 6.7%로 낮추기로 했다. 전세전환이율은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로, 이를 낮추면 거주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가구가 전세로 전환할 때 애초에는 9.5%의 이율을 적용해 2526만원(20만원÷9.5%×12개월)을 추가로 내야 했다면, 이율이 6.7%로 떨어지면 358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무려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실제로 가재울 뉴타운2구역 재개발 임대 32.86㎡(9.9평) 규모의 아파트에 보증금 2469만원, 월 임대료 21만9100원을 내고 입주한 주민들은 전세로 전환할 때, 기존에는 2767만원을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3924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1157만원이 오른 셈이다. 은평구 불광6구역의 경우에는 전세전환보증금이 무려 1663만원이나 오른다. 고척·공덕·길음·석관·종암·미아 등의 지역에서도 모두 1000만원 이상 오른다.

공덕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57)씨는 “물가도 비싸고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대출을 해서라도 전세로 전환할까 생각했지만, 전세전환보증금이 1000만원 가까이 오른다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에스에이치공사 관계자는 “영구임대, 공공임대, 국민임대 등 다른 임대주택의 전세전환 이율이 모두 6.7%”라며 “이들 임대주택과의 형평성과 현재 물가 등을 고려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전세전환보증금을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최근 전세대란과 물가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에스에이치공사가 전세보증금을 높이는 것은 집없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힘써야 할 본연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서민 임대아파트를 공사 부채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