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견에 항의해 파업을 벌이다 일터에서 쫓겨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해고자와 정직처분을 받은 노조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앞 거리 등을 청소한 뒤 쓰레기봉투를 한곳에 모으고 있다.
울산공장 해고·정직자들 거리청소·단체헌혈 등 열성
법원 판결에도 협상 교착…회유·압박 맞서 장외투쟁
법원 판결에도 협상 교착…회유·압박 맞서 장외투쟁
지난해 11~12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해고·정직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청소와 단체헌혈 등 장외 봉사활동에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3공장 대표 장병윤(39)씨를 비롯한 3공장 해고·정직 노동자 60여명은 지난 16일과 17일 오후 울산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앞 거리 골목과 화봉동 체육공원 및 무룡산 일대에서 거리청소를 했다.
장씨는 “회사 관리자들이 해고·정직자들의 공장 출입을 막아 아침 출근투쟁과 함께 공장 진입도 시도해봤지만 회사 쪽 답변은 관리자들에 의한 폭력뿐”이라며 “거리로 내쫓긴 조합원들이 출근투쟁을 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장외활동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초순 태화강변 청소를 시작으로 매주 한차례 이상 장외 봉사활동에 나서, 18일엔 울산 헌혈의 집에서 백혈병 환우를 돕기 위한 헌혈운동에도 참여했다.
지난달 25일 해고 통보를 받은 장씨를 비롯해 파업과 관련해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3공장에서만 10명이고 두세달 정직처분을 받은 노동자들도 120여명에 이른다. 파업 당시 3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50여명의 절반을 넘는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체로 치면 비정규직 징계 해고자는 50명 가까이 되고, 정직 처분을 받은 조합원도 500여명을 헤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청소를 하던 한 조합원은 “하청업체 대표나 관리자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회식 자리를 만들며 ‘너희도 저런 꼴 나지 않으려면 알아서들 해라’는 식으로 갈라세우고 있다”며 “정직 조처된 조합원들에게는 노조 탈퇴서와 각서를 쓰면 정직을 면제해주거나 기간을 깎아주겠다고 회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3공장 대표 장씨는 “해고·정직으로 인한 생계 곤란 때문에 장외활동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잖다”며 “갖은 회유와 압력에 못 이겨 실제 노조를 탈퇴하는 이들도 있지만, 공장 현장에서 보란듯이 노조 조끼를 입고 일하는 조합원들도 있어 힘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12월 파업을 푼 뒤 금속노조와 현대차 정규직 노조 등과 함께 현대차 및 사내하청업체의 대표들을 상대로 6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고소·고발 취하 및 징계 철회, 해고자 복직 등 현안 문제에서조차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에 이은 지난달 10일 서울고법의 판기환송심에서도 재판부가 거듭 현대차 사내하청의 불법 파견을 인정했지만 현대차 쪽은 재상고 및 헌법소원으로 맞섰다.
이 와중에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3일 지회 임원들의 조합비 유용 문제로 이상수 전 지회장 등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위기 상황도 맞았지만,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지난달 25일부터 3월1일까지 4박5일 동안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도 벌였다. 비상대책위는 최근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선거일정을 협의하는 등 흐트러진 지회 조직과 지도력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울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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