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민속품 경매장에서 경매사 김완기씨가 경매에 앞서 일본인 관광객에게 옹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민속품 경매장 관심 커져
농기구·도자기·놋그릇부터
불상·고미술품도 전시·거래
민속품 경매장 관심 커져
농기구·도자기·놋그릇부터
불상·고미술품도 전시·거래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경매사가 걸쭉하게 소리를 돋웠다. “이 뒤주는 재질이 소나무로, 쌀을 포함해 각종 곡식을 담아뒀던 용도로 쓰였습니다. 벌써 70여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튼튼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멋이 더해갈 것입니다. 3만원부터 시작합니다. 5만원 받고, 7만원! 더 올리실 분 없습니까? 낙찰!” 순식간에 뒤주가 팔렸다.
이어 은가락지도 올라왔다. 한 노신사가 “30만원!”이라고 외쳤다. 경매사겸 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완기(44)씨가 “30만원? 더 금액을 부르실 분 없습니까? 낙찰!”이라고 말했다.
우리 것을 찾는 분위기가 차츰 확산하면서 민속품 경매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에서 민속품을 판매하는 ‘진품명품 전주경매장’이 올해 1월부터 들어섰다. 495㎡(150평) 규모로, 한옥마을 공예품 전시관 네거리에 있다. 고미술품, 고가구, 농기구·놋그릇을 비롯한 민속품, 도자기, 옹기 등 1000여점을 전시한다. 토요일마다 오후 1시부터 현장 경매를 시작한다. 저렴하고 재미가 있으며 민속품들이 많다.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려온다.
김씨는 “음지에 있는 우리 민속품들을 양지로 내놓아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경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물관 개설을 꿈꾸는 김씨는 “외국에서 지낼 때 우리 것이 정말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옹기 등은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5일장에 맞춰 열리는 민속품 경매장도 있다. 경북 봉화군 ‘들락날락 봉화장’에는 지난해 8월부터 장이 서는 2일과 7일에 경매장터가 열린다. 주민들이나 민속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물품을 들고 나와 경매 형식으로 사고판다. 경매 물품은 대부분 근대 이후 집에서 흔히 쓰던 생활용품들이다. 조재현 봉화시장문화단 단장은 “옛 한옥에 남아 있던 물건들을 그냥 내버리기보다 필요한 사람이 그 물건을 다시 소중하게 간직하거나, 마을 단위에서 모아 작은 사료관이라도 꾸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봉곡동에도 민속품 경매장이 있다. 수·일요일 낮에 경매를 하는데, 생활용품이 주로 경매물품으로 나온다. 정확한 제작연도나 제작자를 알 수 없는 불상이나 도자기 등 골동품도 더러 나온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오궁리 일대는 ‘충북의 인사동’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2003년부터 골동품 수집·판매업소가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해 지금은 10곳이 성업중이다. 음성군은 2008년 3월 ‘음성군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조례’까지 정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는 ‘향수 골동품 경매장’이 있다.
전주·대구·청주/박임근 박주희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대구·청주/박임근 박주희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