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성인 2000원 등 부과… 환경보호 기금 사용
“국립공원도 입장료 없애는데 웬 통행세” 비판 일어
“국립공원도 입장료 없애는데 웬 통행세” 비판 일어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에 지정된 전남 신안의 증도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신안군은 23일 “지난해 3월 연도교인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탐방객이 한해 만에 15만명에서 80만명으로 5.3배 늘었다”며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증도의 생태계 훼손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료를 받아 환경보호에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 2월 증도 슬로시티 운영조례를 개정해 탐방객한테 입장료를 받을 근거를 마련했다.
군은 오는 5월1일부터 증도 들머리의 요금소에서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다. 입장료는 19~64살 어른한테 2000원, 14~18살 청소년은 1500원, 6~13살 어린이는 1000원을 받고, 대신 20ℓ들이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기로 했다. 탐방객이 섬을 떠나면서 이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오면 1000원을 되돌려준다.
다만 신안군 주민, 생업 종사자, 유아와 노인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군은 올해 5~11월 탐방객 20여만명한테 입장료 2억원 안팎을 거둘 것으로 추산하고, 이 수익은 증도의 환경보호기금으로만 쓸 예정이다.
군 문화관광과 김명렬씨는 “증도 안에 있는 우전해변, 태평염전, 해송숲, 갯벌길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려는 조처”라며 “제주 우도, 인천 작약도, 경남 외도 등지에서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경관이 뛰어난 국립공원도 입장료를 폐지했는데 통상적인 섬나들이에 ‘통행세’를 물리려 한다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광주시민 최아무개(48)씨는 “환경보전을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반 섬의 입구를 틀어막고 돈을 받겠다니 별로 가고 싶지 않다”며 “여유롭게 삶을 돌아보자는 슬로시티마저 자꾸만 각박해지는 게 찜찜하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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