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서울 강북구의 지역아동센터에서 퇴직 교사가 이곳에 모인 초등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제공
지자체들, 복지관 등서 교사·공무원 경력 활용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직업에서 쌓은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일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퇴직 이후 제2의 직업을 찾을 수 있고, 지역사회는 오랜 관록을 지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교직에 몸담은 뒤 퇴임한 교사들이 다시 배움이 절실한 곳을 찾아 교육에 열정을 쏟는 사례가 많다. 40여년 교직에 몸담았다가 지난해 퇴직한 한문교사 유아무개(64)씨는 올해 초부터 강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다. 유씨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이끌어준다는 생각에 즐겁고 보람되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 같은 퇴직 교사들이 올해부터 서울 강북구 지역아동센터 19곳에서 뛰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간당 1만5천원을 강사료로 받으며 매주 3차례(6시간) 아이들에게 국어·영어·수학·과학·음악·미술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강북구 일자리정책추진단 관계자는 “퇴직교사들의 활동 범위를 복지관·경로당 등으로 확대하고, 교사 말고도 다른 분야의 퇴직자들까지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핵교’(haekkyo.com)는 서울 마포구 지원을 받아 60살 이상 퇴직 교사나 공무원들이 체험학습 선생님으로 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경험이 많은 이들이 동네의 문화나 자연 생태를 알려주는 체험학습 선생님으로서, 지역 학교들의 방과후교실, 유치원, 복지관 등 20여곳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충북에서는 2009년부터 퇴직 교사 21명이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 박명숙씨는 “전직 교사들이라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와 자녀 상담까지 일사천리로 해주고 있다”며 “입소문이 나면서 한글 고급반은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교사 말고도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노인들이 경력을 살려 ‘재취업’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경찰·교사 등으로 지내다 퇴직한 60살 이상 노인 17명은 이달부터 은평구청과 16개 동주민센터 민원실에서 ‘민원상담관’으로 활약중이다. 주로 다문화가족이나 외국인들에게 민원서류를 대신 써주거나, 민원실 질서 유지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탁받은 사회복지법인 산하 ‘서울강남시니어클럽’은 무역회사 등에서 퇴직한 60살 이상 노인들에게 외국어 실력을 발휘해 주로 계약서, 일반 서류, 논문 등을 번역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 클럽 쪽은 “실력을 갖춘 노인들이 젊은이보다 경험과 경륜이 많아 번역 기술이 더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서울 청주/이경미 오윤주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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