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교육청에 협조공문…일부선 ‘봉사활동 인정’ 미끼도
전북 전주지역 일부 고교가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학생들이 관람하도록 동원해 말썽을 빚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4일자로 전북도교육청과 전주교육지원청에 ‘한지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단체관람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전주교육지원청은 최근 전주시내 중·고교에 일제히 이를 알리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은 학교를 방문해 영화를 보면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생고는 1~2학년들이 지난 24일 오후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단체관람을 했고, 성심여고도 1일 오후 희망자에 한해 단체관람한다. 전일고는 2일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었으나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학부모 백아무개(45)씨는 “아이가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한다며, 영화를 보면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고 그러지 않으면 결석처리한다는 불평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들은 “시청 직원들이 ‘시에서 만든 영화니까 될 수 있으면 학생들에게 보여 달라’며 협조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에게 의무 관람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한지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영화를 관람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교육청에 단체관람 협조공문을 보내고 학교를 방문해 홍보한 것은 맞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억지로 관람을 시키느냐”고 해명했다. 이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한지로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대부분을 전주에서 촬영했다. 전주시는 이 영화에 제작비를 포함해 모두 7억8000여만원을 지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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