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성적따라 액수 달라 무한경쟁 부추겨” 비판
잇단 자살 원인 지목…총장, 학생들과 내일 간담회
잇단 자살 원인 지목…총장, 학생들과 내일 간담회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올해 들어서만 재학생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차등 수업료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거나 크게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서남표 총장이 결단하면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도 “학생들이 바라는 대로, 긍정적으로 문제가 풀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 총장이 취임한 뒤 이듬해부터 학칙을 개정해, 일정 성적 이하의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일부 또는 전액 내도록 하는 차등 수업료 징수제를 시행해왔다. 그 이전까지 학생들은 수업료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다. 이번 학기에 적용된 수업료 정책을 보면, 학기당 평점(4.3 만점)이 3.0 미만이면 0.01학점당 6만3000원씩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성적이 미달된 첫 학기엔 학생이 내야 하는 수업료의 절반을, 다음 학기에 또 미달하면 4분의 3, 세번 연속 미달 때는 전액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총학생회는 “이 제도가 학내 무한 성적경쟁을 부추기고 공동체·협동문화를 위축시킨다”며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학교 쪽은 지난달 29일 장아무개(25)씨가 올해 들어 세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비상특별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마련해왔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말 학교 쪽에 △차등 수업료제 폐지 △등록금심의위원회 설립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평가보고서 작성·공개 등 12가지 요구안(표 참조)을 냈다. 총학생회가 지난 1월 ‘로봇영재’ 조아무개(20)씨의 자살 뒤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재학생 64%가 ‘현행 수업료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서 총장은 총학생회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8일 저녁 교내 창의관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서 총장이 학생들과 직접 토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며, 이때 차등 수업료제 폐지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총학생회 쪽은 “서 총장 취임 뒤 5년 동안 줄곧 요구해온 사항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신입생 이아무개씨는 지난 4일부터 본관 앞에서 서 총장의 학교 정책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 총장은 지난 4일 학교 누리집에 글을 올려 “최근 발생한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 총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글에서 “가중된 압박감은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는 등의 표현을 써, 학생들로부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학생의 나약함만으로 몰아간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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