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교내 학부식당 앞에 붙인 대자보
‘무한경쟁 비판’ 곳곳에 대자보…교수도 ‘총장 비난’ 메일
차등 수업료제로 상징되는 서남표(75)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의 학교 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 올리기뿐 아니라 대자보 게시와 1인 시위까지 잇따르는 것은 카이스트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한 교수도 서 총장을 비판하는 전자우편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허아무개(산업디자인학과 09학번)씨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쟁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유가 없어 서로 고민도 못 나누는 삭막한 학교가 돼버렸다”며 “나도 지난해 성적 미달로 수업료 일부를 냈는데, 학점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6일 교내 학부식당 앞에 붙인 대자보(사진)에서 “대다수 학교 구성원의 반대에도 총장은 독선으로 일관해왔고, 온갖 비민주적인 학칙들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 카이스트는 진정 4천 학우를 위한 학교가 되지 못하고 총장 개인의 자기만족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서 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아무개(전산학과 09학번)씨도 6일 교내 창의관에 대자보를 붙여 “창의성을 함양하고 도덕적인, 정의로운,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학부 교육정책의 기조 변화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입생 이아무개(19)씨는 본관 앞에서 7일로 나흘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서 총장이 지난 4일 학교 누리집에 올린 글을 두고 “총장이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과연 이해하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 취지가 어떻든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모든 교수들에게 보냈다.
한 대학원생은 “서 총장 취임 뒤 예산을 크게 늘리고 신규 교수를 많이 채용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정책에 경쟁원리를 획일적으로 도입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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