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순천만 인근 들녘에 조성한 대형 논그림. 흑미 등 유색 벼로 순천만의 대표적 철새인 흑두루미를 표현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사진 왼쪽)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100만㎡에 조성된 보리밭을 거닐고 있다.(오른쪽 위) 충북 괴산군이 감물면 백양리에 유색 벼로 그린 논 그림.(오른쪽 아래) 전남 순천시, 전북 고창군, 충북 괴산군 제공
괴산·순천만 등 유색벼 활용 ‘경관 농업’ 인기몰이
관광객 늘고 농가 소득 지원…지역경제 활력소
관광객 늘고 농가 소득 지원…지역경제 활력소
벼, 보리, 메밀 등 농작물로 수익도 올리고 관광객 발길도 당기는 ‘아름다운 농업’, 경관 농업이 뜨고 있다. 색깔 있는 벼를 활용한 ‘논 그림’(대지미술)이 대표적인 보기다.
세계 5대 습지에 드는 전남 순천만 들녘은 해마다 얼굴을 바꾼다. 2008년 10월 철새 먹이를 확보하고 늦가을 볼거리도 조성하려고 흑미 등 색이 다른 벼를 활용해 논 그림을 연출하면서부터다. 순천시는 20여 농가와 계약해 30필지 10만㎡의 논에 ‘미니 순천만’을 형상화했다. 벼가 서 있던 12월23일까지 논 그림은 갯벌, 갈대와 함께 순천만의 3대 명물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에는 흑두루미 그림, 지난해에는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홍보 문구가 들녘에 펼쳐졌다.
순천시는 2009년 갯벌 인근 농지 59만㎡에서 경관을 해치는 농사용 전봇대 130개도 뽑아버렸다. 순천시 관광진흥과 김성진씨는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전봇대를 없애야 한다는 말에 87개 농가가 동의했다”며 “먹이와 쉼터가 제공되면서 순천만에 흑두루미, 고니, 저어새 등 희귀 철새가 더 찾아왔다”고 말했다. 순천만 겨울손님 흑두루미는 2009년 겨울 450마리에서 지난 겨울에는 525마리로 늘었다. 철새와 함께 관광객도 증가했다. 순천만 들녘을 품고 있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찾은 관광객은 2007년 180여만명에서 지난해 290여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유색 벼 ‘논 그림’의 원조는 충북 괴산군이다. 괴산군은 2008년 4월 감물면 백양리 들녘에 자주색, 황색, 백색 벼를 이용한 가로 80m, 세로 100m 크기의 ‘대형 상모놀이 그림’을 선보였다. 이 논 그림은 2008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행정명품’이 됐다. 이를 계기로 부산시 등 전국 자치단체 50여곳이 배워가 곳곳에서 논그림이 등장하고 있다. 논 그림을 창안한 공로로 지방 행정달인이 된 최병열(48)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특허 출원까지 했다. 올해는 경기 시흥시에 1900만원을 받고 기술을 건네기로 했으며, 농협과 논 그림 출품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소양강변에도 대형 그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제군 남면 관대리 50㏊(약 15만평)에서 소먹이용 연맥(호밀)을 재배하고 있는 인제군은 호밀 재배단지의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경관 농업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인제군 문화재단 허명범씨는 “연맥 재배지 안에 페루 나스카 문명의 ‘어스워크’를 흉내낸 대지예술을 시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과 전남 완도는 청보리로 축제까지 열고 있다.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100만㎡에 청보리밭을 조성한 고창군은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8회 청보리 축제를 연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완도 청산도는 190만㎡에 펼쳐진 보리밭을 중심으로 오는 30일까지 ‘느림은 행복이다’라는 주제로 보리 축제를 열고 있다.
강원 평창군의 메밀꽃은 경관 농업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평창군 봉평면 일대 39㏊에 펼쳐진 메밀꽃밭은 해마다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효석문화제 때는 70여만명이 다녀갔다. 메밀꽃을 제공한 농민들과 ‘경관 보전 직불제’를 추진해 농민한테도 호응을 얻고 있다. 군은 농민들에게 ㎡당 170원씩 보조금을 주고 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관 농업은 농민뿐 아니라 수요자인 도시민 등에게도 만족도가 높아 미래 농업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광주 춘천/오윤주 정대하 정인환 기자 sting@hani.co.kr
청주 광주 춘천/오윤주 정대하 정인환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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