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자율로…경기용달협회 ‘아름다운 화해’
해고→파업→직장폐쇄 속 사적 중재로 돌파구
공권력 개입 등 ‘뻔한 공식’ 깨고 합의 이끌어내
공권력 개입 등 ‘뻔한 공식’ 깨고 합의 이끌어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단으로 맞서던 노사가 정부나 공권력의 개입 없이 사적 중재로 합의를 끌어내 노사 분쟁을 풀어냈다. 파업과 고소·고발, 공권력 개입이라는 악순환을 벗어나 노사가 상생의 길을 찾아낸 드문 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지역 용달·화물차 주인 2만2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경기도용달화물자동차운송협회는 지난해 말 협회 직원 정리해고 방침을 세웠다. 회비 징수율은 70%를 밑도는데, 인건비 지출이 많다는 이유였다.
반발한 노조가 지난 1월11일 파업을 시작하자 협회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협회 본부를 비롯해 9개 지부의 직원 26명 가운데 24명이 가입한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딸린 조직이고, 사용자 대표는 협회 이사진이다.
노조는 파업 직후부터 경기도청과 고용노동부 등을 오가며 날마다 1인 시위를 벌였다.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겨울 내내 20회 넘게 집회도 열었다. 사용자 쪽은 ‘협회라는 특수한 조직에 노조가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노사는 고발 등으로 서로 공격했고, 심각한 분규로 서로에게 상처를 안겼다. 이에 협회 쪽이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칠준 변호사에게 ‘사적 중재’ 절차를 밟자고 제안했고, 노조도 화답했다.
지난달 2일 중재 절차 합의서에 동의한 노사는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합의서에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따른 절차”라고 밝히고 “합의가 이뤄지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공격 중단 등 이른바 ‘평화협정’을 전제한 10여차례 중재회의를 거치며 노사는 신뢰를 쌓아갔고 지난 1일 중재안에 서명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김 변호사는 11일 “노-사라는 2자 대립이 아니라 ‘노-사-협회 회원’이라는 3자 틀이 깔려 있다는 특성에 더해 노사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해, 이를 설득시키는 데 가장 힘썼다”며 “정부나 공권력의 개입 없이 노사 자율로 문제를 풀었다는 게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진용(53) 노조 분회장은 “인사 문제 등이 아직 산적해 있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큰 틀 안에서 원만한 중재가 이뤄진 만큼 성실하게 약속을 지켜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해(60) 협회 이사장도 “서로를 용서하고 나만 최고는 아니라는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며 “합의를 반드시 이행해 이번 분쟁 해결 사례가 협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노사가 서명한 중재안에는 노사 문제의 특수성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고용 보장과 협회 회원의 복리 증진을 위한 공동사업 방안 △비용절감 방안 △실행체계 등이 담겼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