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와서 보시오’ 서각전
“너희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여라.”(‘창세기’ 3장9절) <성서> 말씀을 나무판에 새긴 문정현(사진) 신부의 서각 전시회 ‘와서 보시오’가 23~25일 서울 정동 ‘갤러리 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문 신부가 지난해 8월10일부터 250여일 동안 민주화 성지 명동성당에서 홀로 묵상기도를 하면서 나무판에 성경 말씀을 하나하나 새긴 작품 70여점이 선보인다.
문 신부는 그동안 4대강 개발사업으로 파괴되는 자연과 생존의 터전에서 쫓겨난 힘없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교회와 사회를 깨우치고자 묵묵히 서각 수행을 해왔다. 오전에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고 오후에는 그날 묵상한 글귀를 나무판에 새겼다. 한지에 붓으로 글씨를 쓴 다음 나무판에 붙여 칼과 망치로 새기는 작업이다.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생각하는 사순절을 맞아 지난달 9일부터는 명동성당에서 십자가의 길과 성서 묵상, 성서 나눔을 신도들과 함께 하고 있는 문 신부는 부활절을 나흘 앞둔 오는 20일 기도를 마친다.
전시장에서는 24일 오후 4시 4대강 살리기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상 <강, 원래> 상영회도 열리고, 25일에는 오후 5시부터 문 신부와 함께하는 얘기 나눔과 공연·다과회가 이어진다.
문 신부는 지난 7일 ‘승리의 교회가 아닌 종의 교회로’라는 제목으로 했던 강론으로 묵상기도를 끝내는 소감을 대신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코린도전서’ 15장26절) 군림하지 않는 교회, 한없이 밑으로 내려가 자기 영역을 줄여가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