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입소 앞둔 이지현씨
“아버지 뒤이어 꿈 이뤘어요”
“아버지 뒤이어 꿈 이뤘어요”
“특전사 검은 베레모도 멋지지만 해병대 팔각모가 더 멋지지 않나요. 해병은 제 꿈이기도 하구요.”
오는 19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하는 이지현(29·사진·충북 보은)씨의 당찬 말이다.
이씨는 2002년 7월 특수전사령부에 입대해 2007년 10월 전역할 때까지 5년 넘게 고공강하(4천피트·1.2㎞이상)를 377차례나 하는 등 빼어난 전사로 활약했다. 2005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이라크 아르빌에 파견돼 평화유지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복은 그에게 숙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그의 장래 희망은 경찰과 군인을 오갔다. 유도대를 졸업하고 보은에서 유도장을 운영하는 삼촌(45)의 손에 끌려 도장을 찾은 그는 유도 뿐아니라 태권도·합기도 등 무술을 익혔다. 군에서 특공무술까지 익힌 그는 이제 무술 합계 9단으로, 걸어다니는 병기에 가깝다.
그는 애초 주성대에서 경호비서학을 전공한 뒤 해병대 문을 두드렸다. 해병 357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뼛속 해병’인 아버지 이덕희(52)씨의 권유가 컸다. 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때까지 해병대는 여성에게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특전사 여전사가 됐다. “아버지처럼 멋진 해병이 되고 싶었는데 조금 안타까웠죠. 하지만 특전사도 멋진 곳이었으니까 아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그에게는 해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전역 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던 그는 어린시절부터 간직해 온 꿈을 좇아 다시금 해병의 길을 찾았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아버지는 이번에도 역시 응원해줬다. 교육 훈련 뒤 해병 부사관 329기로 임관하는 그는 3년 동안의 복무 기간을 채운 뒤 장기 복무로 전환해 영원한 해병의 길을 갈 참이다.
“해병 입대 영장을 받고 나니 조금 설레고, 들뜨기도 해서 영화나 음악 감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이지현다운 해병’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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