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기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중고책 나눔시장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나와 기증도서로 받은 도서교환권을 중고책으로 바꿔 갔다. 군포시 제공
출퇴근길 책 빌리기 쉽게 산본역에 ‘양심문고’ 열어
분기별 중고책 시장 마련…주민들 ‘책 맞교환’ 돕기도
분기별 중고책 시장 마련…주민들 ‘책 맞교환’ 돕기도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닙니다.”
‘책 읽는 군포’를 선언한 경기 군포시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가져가 읽고 양심적으로 반납하는 ‘시민양심문고’를 전국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본격적인 책 읽는 도시 조성에 나선다.
군포시는 오는 23일 군포 산본역 매표소 옆에 ‘시민양심문고’를 연다. 군포시 도서관운영위원들이 기증 도서와 회의비 등을 모아 마련한 중·고 및 신간도서 1천여권이 이곳에 비치된다. 자원봉사자가 책 관리를 위해 배치되지만, 시민들은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적지 않고도 출·퇴근 때 자유롭게 책을 가져다 읽은 뒤 이곳에 자율적으로 반납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중앙·산본·당동·대야·어린이도서관 등 5곳에서 ‘중고책 나눔 시장’이 열린다. 매년 분기별로 1회씩 열릴 중고책 나눔시장에서는 ‘돈’ 대신 ‘도서교환권’이 쓰인다. 그동안 동사무소와 도서관 등 17곳에 상설 교환도서 접수창구를 운영해온 시는 기증도서를 낸 주민에게는 도서교환권을 제공해왔다. 도서교환권은 나눔시장에서 1장에 중·고책 1권과 맞바꿀 수 있다.
군포시 정책비전실 유미순 주무관은 “신간 서적 구입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집에 읽고 방치해둔 책을 서로 돌려서 나눠볼 수 있도록 나눔의 장을 마련했다”며 “양심문고를 운영하면서 책 기증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밥이 되는 인문학 강의’ 등 다채로운 책읽기 프로그램(<표 참조>)도 마련됐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서울 위성도시들 대부분이 그렇듯 인구 28만명의 군포시도 지역 정체성이 없다”며 “‘책 읽는 군포’ 캠페인은 군포를 작지만 창조력과 활력이 넘치는 품격있는 미래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운동이 자리잡으려면 시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포 당동 청소년문화의집 김지수 관장은 “지역 내 주부와 직장인 등의 다양한 소규모 독서모임을 발굴해 지원하고 네트워크화하는 한편, 이들의 성과를 어떻게 지역에 유용하게 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포지역에서 ‘북 데이 운동’을 펴온 장원철 전 북데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시가 겉으로 보이는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 시민들이 편하면서도 자유롭게 늘 책을 대할 수 있도록 시민 참여형 소프트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