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초교 다목적체육관 건립안
인근 주민들 일조·조망권 해친다며 5년째 반대
위치 놓고 고민…운동장 복판 건립안까지 나와
위치 놓고 고민…운동장 복판 건립안까지 나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경기 과천지역 한 초등학교의 체육관 건립을 둘러싸고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아파트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둘러싼 민원이 계속되면서 체육관을 운동장 복판에 짓자는 ‘기막힌’ 방안까지 나오는 등 사업은 꼬여만 가고 있다.
21일 경기도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1912년 문을 연 과천초등학교는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학교 안에 체육관을 짓기로 하고 2006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상 3층이지만 체육관 건물의 특성상 일반 건물의 4~5층 높이로 지어질 예정인 이 건물은 연면적 2900㎡ 규모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42억5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체육관은 지금까지 건립 위치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학교 주변에 3층짜리 연립주택과 재건축된 15층짜리 아파트가 버티고 있어, 어느 위치에 체육관이 들어서든 조망권과 일조권이 침해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립주택 1019~1021동 주민들은 5층에 가까운 체육관이 단지 앞에 들어서면 관악산 조망권을 침해당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1022~1023동 쪽에서는 “지금도 학교 건물과 3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는데, 체육관까지 들어서면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문 앞 15층짜리 아파트인 1111동과 1112동 주민들도 조망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체육관 건립 위치는 학교 안 땅을 돌고 돌았지만 찾지 못했고, 지난해 말에는 학교 운동장 조회대 바로 앞에 짓는 안까지 논의되기도 했다. 이 안이 제시되자 돔 모양으로 지어지는 체육관을 빗대 ‘마징가제트’ 안이란 비아냥도 나왔다. 이처럼 무려 8개 배치 안을 놓고 체육관 위치를 고민하던 학교 쪽은 최근 3학년 일부 교실과 유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1022동과 가까운 건물을 헐고 체육관을 배치하기로 했으나, 역시 주민 반발에 휩싸인 상태다.
하지만 학교 쪽은 체육관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과 갈등이 예상된다. 이찬섭 과천초등학교 교장은 “민원이 계속돼 체육관을 짓지 못하면 예산을 반납해야 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일부에선 유치원을 헐지 말고 그 앞에 짓자는 의견도 나오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유치원 쪽 건물 배치 안에 대한 학교 쪽의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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