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 당동 군포중학교 1층 과학실에서 지난 20일 오후 열린 ‘오바마 학교’ 통기타반 수업에서 1학년생 이예림(14)양이 강사 도움을 받으며 기타 튜닝을 하고 있다.
군포중 저녁 무료 배움터 인기…지역 교육복지 공동체 목표로
경기 군포시 서민동네에 ‘오바마 학교’가 있다. ‘오직 바라고 마음먹은 대로 될지어다’라는 뜻을 담아 줄여 붙여 만든 이름이다. 군포시 당동 군포중학교에 있는 학교 속의 학교다.
지난 20일 오후 6시 군포중 1층 과학실. 이 학교 1~3학년생 25명이 기타 튜닝에 열중하는 가운데 만난 최아무개(15·중2)군은 “재밌어요. 이런 게 없으면 집에서 빈둥빈둥했겠지요”라며 활짝 웃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최군은 이날 오후 3시 학교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갔다가 오후 5시께 오바마 학교에 다시 등교했다. 자원봉사 어머니회가 마련한 저녁을 먹은 뒤 통기타반 수업을 받았다. 이어 힙합댄스와 학습멘토링을 골라 듣는데 “수업도 재밌지만 친구들, 선생님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바마 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날마다 오후 6~9시 열린다. 유료로 특기 적성 수업이나 교과 수업을 받는 여느 학교의 방과후 학교와 달리, ‘지역 교육복지 공동체’가 목표다. 이 학교가 있는 당동은 산본새도시 개발로 밀려난 대표적인 군포시의 서민지역이다. 이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학부모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 한때 기피학교로 전락했다.
지역사회 교육에 관심을 쏟아온 이수민 교사는 오바마 학교 운영 취지를 “학교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치고 사회복지사들도 학교에 배치해, 부모나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아이들을 잘 키워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사들은 이날 통기타, 네일아트, 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군포시 당동 청소년문화관은 해금과 연극놀이 수업을 맡았다. 자원봉사에 나선 흥진고 고교생 23명이 교대로 1~5명씩 학생을 모아 공부하는 걸 돕고,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14명도 돌아가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과 심리 멘토링을 한다. 오바마 학교의 13개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전교생 50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복지 투자우선 지원 학교로 지정된 오바마 학교는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면서 동네와 학교를 바꿔냈다. 지원자가 줄기만 하던 군포중은 올해 1학년 신입생 5학급 200여명을 모두 1순위 희망자로 채웠다. 권정희 군포중 교장은 “오바마 학교 시작 이후 아이들의 구김살도 없어졌고 학교를 보는 사회 인식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당동 주민들의 축제인 ‘아구랑’에서 오바마 학교 학생들은 댄스와 기타, 사물놀이, 록밴드 등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뽐냈고 올해도 마을 축제에 나선다. 오바마 학교의 소문이 퍼지면서 자치단체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군포시가 다음달 오바마 학교의 확산을 위해 ‘학교사회복지 조례’ 제정에 나설 예정이며, 의왕시의회 시의원 7명도 최근 오바마 학교를 찾았다. 머지않아 ‘제2, 제3의 오바마 학교’가 뒤따를 것 같다.
군포/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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