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전소’ 반짝반짝

부안 등용마을, 태양광 활용 에너지자립 ‘잰걸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2마을 부안시민발전소가 그곳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 없이 ‘에너지 자립 마을’을 향해 6년째 줄곧 달리고 있다.

부안시민발전소는 2003년 치열했던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반대 투쟁’ 이후 문규현 신부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투쟁위원회 위원들과 주민 등이 3억원가량을 모아 2005년 8월 시간당 3㎾급(4인 기준 일반가정용 평균 사용량) 태양전지판을 부안 등용성당에 세운 것이다. 이어 2007년 3㎾, 2008년 30㎾, 2009년 5㎾를 세웠다. 합쳐서 모두 41㎾이다. 30가구인 이 마을 주민들이 쓰는 가정용 전기의 60%에 해당한다.

발전소는 이 가운데 38㎾를 한전에 15년 계약을 맺어 판다. 나머지 3㎾는 시민발전소가 쓴다. 애초 가격은 시간당 716.4원(3㎾)~711.25원(30㎾)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523원(5㎾)으로 떨어졌다. 한달이면 약 300만원, 1년에 3600만원어치다.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등용마을은 2008년부터 마을 에너지 총사용량을 30% 줄이기로 계획했다. 2010년까지 해마다 10%씩 줄이기로 한 것이다. 집집마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대체했다. 대기성 전력을 차단하는 멀티탭도 갖췄다. 지난해까지 20%를 절약했다. 앞으로 총 에너지 사용량의 50%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 목표도 세웠다.

주민 공말녀(60)씨는 “우리 마을에 시민발전소가 있으니까 좋다”며 “이곳에서 전기를 절약하는 장치를 나눠주고 교육도 시켜준다”고 말했다. 등용성당 조민철 신부는 “태양전지판을 갖춘 교육관과 식당 공간을 주민들이 활용하면서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민(45) 부안시민발전소장은 “이미 절약이 몸에 밴 어르신들이 많아 전기 사용량을 추가로 줄이기가 쉽지 않았으나 주민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각 가정에 태양전지판을 세워 대체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빌리지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안군은 주산면 화정마을, 변산면 고사마을 등을 그린빌리지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일본 원전 사고는 원자력 중심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성찰할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마저 무시하면 앞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박임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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