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30분 경기 수원 시민소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에서 시민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온라인 등을 통해 공개 모집 선발된 이들 배우 30여명은 순수한 시민들로, 4개월간 연습을 했다. 수원시민극단 제공
수원시민극단에 뽑힌 30여명
4개월간 연기·노래 맹훈련
‘선각자 나혜석’ 무대에 올라
4개월간 연기·노래 맹훈련
‘선각자 나혜석’ 무대에 올라
젊은날 누구나 한 번은 연극무대에 서고 싶은 꿈을 꾼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 선생을 기리는 ‘나혜석 생가터 문화예술제’에서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을 27일 무대에 올린 ‘수원시민극단’은 이런 꿈을 쫓아 나선 30여명의 시민 배우들로 이뤄져 있다.
고교생 딸 은정(19)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사회복지사 박태화(44)씨는 “뮤지컬이라는 게 쉽지는 않더라”라며 “그래도 딸과 함께 노력해 뭔가를 성취했다는 게 너무나 즐겁다”고 말했다. 전직 문화부 기자 출신인 노영란(43)씨는 뮤지컬에서 나혜석을 인터뷰하는 <삼천리> 기자로 출연했다. 노씨는 “누구나 한 번은 연극 무대에 서보고 싶은 꿈을 갖는다. 젊었을 때의 그 막연했던 꿈들을 지금이나마 펼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수원시민극단’은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다. 출발은 수원시 행궁동의 주민 프로그램 ‘뮤지컬’ 강좌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일을 냈다.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등으로 단원 모집에 나섰다. 박씨 외에도 자동차 딜러인 40대 남성, 유학을 앞둔 20대, 연극을 꿈꾸는 고교생 5명, 공무원 등 40여명이 나섰고, 이 가운데 절반이 40대 이상이다.
극단이 고른 첫 작품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관습에 당당하게 맞서면서 불꽃 같은 생애를 살았던 나혜석 선생의 삶을 담은 뮤지컬이었고, 연출은 극단 <성(城)>의 김성열 대표가 맡았다.
지난 1월부터 동사무소 대회의실에서 맹훈련이 시작됐다. 연기 외에 마임과 왈츠 등으로 몸을 통한 표현력 익히기와 노래까지 기본기를 익혔다. 하루 일과가 끝난 매일 오후 7시부터 늦은 밤은 물론 주말에도 연습장은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려는 이들 시민 단원들의 구슬땀과 열기로 가득찼다.
수원시민극단 성국향(46) 대표는 “시민들이 단순한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적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화성 안 골목길 사람들의 삶 등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원들을 기초로 연극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은 28∼29일 오후 7시30분, 주말인 30일에는 오후 7시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신풍초등학교 앞 레지던시 건물 지하 1층에서 무료로 공연된다. 같은 기간에 나혜석 선생이 태어난 신풍초등학교 앞 행궁동에서는 ‘나혜석 전시회’ 등 다채로운 축제도 열린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수원시민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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