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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그림값 1억 안주려 ‘꼼수 쓴 병원’?

등록 2011-04-28 09:41

부산의 한 사립 예술고 미술교사 예아무개씨의 부산은행 계좌. 지난해 3월3일 오후 5시1분1초에 1억616만3200원이 입금되고 7분4초 뒤인 5시8분5초에 출금된 것으로 나온다.
부산의 한 사립 예술고 미술교사 예아무개씨의 부산은행 계좌. 지난해 3월3일 오후 5시1분1초에 1억616만3200원이 입금되고 7분4초 뒤인 5시8분5초에 출금된 것으로 나온다.
부산 신축병원, 재단학교 교사에 2년전 의뢰
교사쪽 “통장 가져가 입금 흔적만 남기고 인출”
이사장쪽 “아직 잔금 못치러…통장 모르는 일”
부산의 사립 예술고 미술교사 예아무개(56)씨는 2009년 12월15일 자신이 재직중인 학교의 재단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ㅂ의료법인과 미술장식품 제작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예씨가 이듬해 2월15일까지 서양화를 제작해 당시 이 의료법인이 신축중이던 부산진구 ㅇ종합병원에 설치하고 재단은 그림값으로 1억372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예씨는 미술계 후배 6명과 함께 작업을 벌여 석 달 만에 가로 324.2㎝, 세로 224.2㎝ 크기의 500호 평면작품 ‘하늘과 땅’을 제작했다. 재료비와 제작에 참여한 후배들의 인건비 등 약 45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는 그림을 완성한 뒤 전문 그림 설치업체에 500만원을 주고 재단 쪽의 요구대로 병원 승강기 옆 2층 복도 벽면에 그림 설치를 맡겼다. 그림 제작과 설치에 모두 5000여만원이 들어간 것이다. 부산 부산진구는 건축비의 1%에 해당하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충족되자 같은해 2월 병원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의료법인 쪽은 지난해 1월13일과 2월24일 두 차례에 걸쳐 2500만원만 입금했다. 이에 예씨는 재단 쪽에 잔금 1억1200여만원 가운데 세금 600여만원을 뺀 1억600여만원의 지급을 거듭 요청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림값 지급을 미루던 재단 쪽은 예씨한테 또다른 요구를 해 왔다. 예씨는 “재단 쪽에서 잔금 입금 흔적을 남겨야 한다며 내 명의의 새로운 통장과 도장을 요구해 새로 발급받은 부산은행 통장과 도장을 병원 사무실로 찾아가 직접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씨는 얼마 뒤 은행에서 자신의 거래 실적을 조회하고서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3월3일 재단 쪽에서 잔금 1억600여만원을 입금 7분4초 뒤 모두 인출해 간 것이었다. 예씨는 의료법인 쪽에 통장과 도장을 건네준 뒤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법인 쪽에서 형식적으로 잔금을 입금한 뒤 바로 빼갔거나, 누군가 예씨의 통장과 도장을 이용해 잔금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의심만 하고 있다.

예씨는 “당시 병원 이사장의 사위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재단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며 “잔금은 물론이고 그때 내가 건넨 통장과 도장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임아무개 의료법인 이사장은 “예씨와 계약을 할 시점에 실무를 담당했으나 계약금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계약금 가운데 일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예씨가 병원 쪽에 건넸다는 통장과 도장은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 당시 학교법인과 의료법인의 이사장을 맡았던 윤아무개씨는 신축 병원의 병원장이면서 최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을 잃은 정아무개 학교법인 전 이사장의 장인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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