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호 중위가 지난달 충북 증평 형석중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증평 형석중 제공
학원부재 열악한 현실에
우수 장병들 10여명 자원
영수 맞춤지도 인기 만점
우수 장병들 10여명 자원
영수 맞춤지도 인기 만점
[사람과 풍경] 증평 형석중서 ‘강의 봉사’ 육군 2161부대 장병들
낮에는 나라를 지키고, 밤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군인들이 있다. 충북 증평군 육군 2161부대 2대대 정보과장 신규호(25) 중위, 김진설(21) 상병, 안동국(21)·김낙평(21) 일병, 박태호(24) 이병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매주 화·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증평 형석중에서 학생 21명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친다. 일종의 방과후 학습이다.
이들이 강단에 선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지역 사회 간담회 자리에서 군청이 변변한 학원이 없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설명하자 부대가 우수한 장병 등으로 강사진을 꾸려 학업을 돕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하다 입대한 신 중위가 앞장섰다. 인사기록 카드를 통해 장병들의 출신 대학, 전공 등을 확인하고 강의 봉사 뜻을 물었더니 10여명이 강사로 나섰단다. 결국 면접까지 거쳐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공부한 김 일병과 캐나다 유학생 출신 박 이병, 신 중위가 영어 강사로 낙점됐고, 건축 공학도인 안 일병과 연극·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김 상병이 수학을 맡았다.
군인 교사들의 맞춤 강의는 효과는 물론 인기도 높다. 지난해 70여명을 가르친 뒤 만족도와 이해도를 묻는 설문을 했더니 대부분 ‘만족’이라고 답했다. 올해는 1학년 4명, 2학년 3명, 3학년 14명(7명씩 분반) 등으로 반을 꾸려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신 중위는 “외국 등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받은 신세대 장병답게 시각물 등을 곁들인 생동감 있는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집중도와 만족도가 높다”며 “일과 시간 뒤 수업을 준비하느라 조금 버거운 면도 있지만 수강생들의 성적이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통해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교 또한 군인 교사들의 수업이 반갑고, 고맙다. 형석중 김용한 교사는 “군 장병 교사들의 톡톡 튀는 맞춤 수업의 영향으로 학생들 사이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다음달 6일 부대와 군인 교사 등에게 고마움을 담은 표창장을 전할 계획이다.
증평군청 기획감사실 이경남씨는 “군인들의 교육지원이 지역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효과와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악기연주·미술 등 특기 적성 교육에도 빼어난 능력을 지닌 군장병 교사를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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