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살·자살 방조·타살 가능성 모두 조사
첫 발견 종교카페 운영자 “몇년전 만난적 있어”
첫 발견 종교카페 운영자 “몇년전 만난적 있어”
1일 경북 문경의 한 폐광산에서 예수의 십자가형과 흡사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주검으로 발견된 김아무개(58·택시기사)씨의 사망 경위를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북 문경경찰서는 김씨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끊었거나 살해됐을 가능성,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중이라고 4일 밝혔다.
김씨의 주검을 부검한 부검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소견을 냈다. 김씨의 손에 박혀 있던 못엔 못대가리가 없다는 점, 옆구리에 나 있는 상처의 각도가 직접 찔렀을 때 생길 수 있는 각도라는 점, 주변에서 발견된 십자가 설계도의 필체가 김씨의 것이라는 점 등이 자살을 뒷받침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김씨가 발에 먼저 못을 박고 손에 구멍을 뚫은 뒤 못에 끼워넣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견 당시 정황으로 미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씨 혼자서 자신의 두 발에 못을 박고 옆구리에 흉기로 상처를 낸 뒤, 목을 밧줄로 감고 두 손을 못에 끼워넣는 식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는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씨 차량에 있던 휴대전화로는 지난달 13일 경남지역 한 제재소와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김씨를 발견한 주아무개(53)씨가 “(김씨가) 몇 년 전에 나를 찾아와 만난 적이 있고, 지난 1월에도 운영중인 인터넷 카페를 방문했다”고 진술해, 주씨와의 관련성도 조사하고 있다. 과거 목회 활동을 했다는 주씨는 지난 1일 한 양봉업자와 함께 벌통 놓을 곳을 찾다가 김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 주검이 발견된 문경시 농암면 둔덕산(해발 970m) 8부 능선은 주씨가 사는 곳에서 4㎞쯤 떨어져 있다. 주씨는 “김씨가 찾아와 종교적인 얘기를 했으나 의견이 맞지 않아 돌아갔고, 김씨에게 둔덕산의 위치를 가르쳐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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