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일 후보 논쟁
고창 무장기포일이냐, 정읍 황토현 전승일이냐
제정 추진위 꾸려…“공청회 거쳐 올해안 선정 마무리”
제정 추진위 꾸려…“공청회 거쳐 올해안 선정 마무리”
동학농민혁명을 국가 차원에서 기리는 기념일을 정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최근 꾸려졌다.
동학혁명기념일 제정은 그동안 관련 단체와 지역별로 견해가 엇갈려왔다.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기념일 지정은 7년 넘게 미뤄져왔다.
거론됐던 기념일은 △정읍 고부봉기(음력 1월10일) △고창 무장기포(3월20일) △부안 백산대회(3월25일) △정읍 황토현 전승(4월7일) △농민군 전주 입성(4월27일) △공주 우금치전투(11월8일) 등이다. 이 가운데 유력한 후보는, 농민군이 결의문을 발표한 고창 무장기포와 농민군이 관군에 처음 승리한 황토현 전승이다.
고창 무장기포는 농민군이 정식으로 포고문(결의문)을 발표하고 전국 봉기를 선포했던 날이다. 고부봉기에서 실패한 전봉준은 1894년 3월 고창 무장에서 손화중 등과 연합해 동학농민혁명을 알리는 선언서를 곳곳에 뿌렸다. 이 포고문 발표를 계기로 조직적 대오를 이뤄 1년여에 걸친 혁명이 시작됐다. 학계는 고창 무장의 봉기를 계기로 국지적 농민항쟁에서 전국적 농민전쟁으로 전환했다고 본다. 따라서 동학농민혁명을 대표하는 역사성·상징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정읍 황토현 전승은 농민군이 관군과 전투를 벌여 이날 최초로 황토현(전북 정읍시 덕천면)에서 대승을 거둔 사건이다. 황토현 전투가 최초의 전쟁 양상을 띤 전투로서, 관군을 격파해 혁명의 불길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 황토현 전승일을 기념일로 삼아야 한다는 쪽의 견해다. 국민인지도에서도 적합하다는 근거도 든다. 고창 무장기포를 첫 봉기라고 보는 것은 정읍 고부봉기를 동학농민혁명의 출발로 인식하지 않고 민란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두 쪽 모두 기념일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 공감한다.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2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김영석)은 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를 지난달 공식 구성했다. 재단은 지난해 9월 전북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관으로 둥지를 옮겼다.
재단은 언론·문화·법조·학계 인사 등 23명으로 기념일 제정을 맡을 추진위원을 지난달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추진위는 오는 21일 첫 회의에 이어 매달 회의를 연 뒤 한 차례 공청회를 거쳐 올해 안에 기념일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무장기포일과 황토현 전승일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처음부터 논의할 방침”이라며 “기념일 안을 정부에 내면 국무회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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