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이 사랑방 개소를 축하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산와이엠시에이 제공
“슬럼화 딛고 이웃 정 넘치게”
YMCA서 후원받아 건물 단장
주민참여속 ‘우물찾기’ 운동도
YMCA서 후원받아 건물 단장
주민참여속 ‘우물찾기’ 운동도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도시철도 부산진역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 옆에 새로 단장한 건물이 있다. 부산와이엠시에이(YMCA)가 지난 3일 문을 연 ‘꿈꾸는 사랑방’이다.
1층 56㎡(17평) 규모의 사랑방은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방 1칸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 등으로 이뤄졌다. 주민센터만큼 크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기대감은 높다. 지난 4일 이곳에서 만난 김명규(80)씨는 “이웃들과 평소 말도 없이 지냈는데 사랑방에서 처음 서로 말을 텄다”며 “빈집이 많아 칙칙했던 동네가 훨씬 밝아진 것 같다”고 반겼다.
사랑방은 부산와이엠시에이가 개발지역에 밀려 슬럼화하고 있는 도심 지역을 이웃 사랑과 정이 흐르는 살맛 나는 마을로 바꿔보겠다며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5000만원을 후원받아 만들었다. 몇 년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방치됐던 빈 상가를 빌려 새단장했다.
사랑방 입지는 동구 수정1·2동을 아우르는 곳으로 선정했다. 수정1·2동은 20~30년 전부터 낡은 집과 문화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 빈집이 139채에 이르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의 비율이 30%를 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랑방을 내 집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빈 상가의 내부구조를 바꿀 때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개소식이 열리던 날에도 주민 10여명으로 이뤄진 풍물패가 풍악을 울렸다. 다른 주민 10여명은 노래를 부르며 축하했다.
사랑방은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카페의 빈 책꽂이에 책을 금방 채워놓을 수 있지만,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도 주민들을 사랑방의 운영 주체로 세우려는 뜻에서다.
다양한 주민참여형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대표적이다. 골목벽화 그리기와 우리마을 디자이너 선발대회, 마을잔치 등을 통해 주민들의 결속을 높이고 마을 분위기도 밝게 만들 계획이다. 삭막했던 마을을 정겨운 마을로 탈바꿈시키려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 계획이다. 평소 갈고닦은 실력이나 작품을 뽐내고 싶었던 주민들이 사랑방이나 마을에서 전시회나 공연을 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마을의 우물 찾기 운동도 벌인다. 수돗물이 집집마다 들어오기 전에 주민들이 얘기꽃을 피웠던 우물터를 주민들과 함께 찾아내 이름을 지어주고 우물 지킴이단을 꾸려 주민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한편, 가보고 싶은 옛 도심의 마을 투어 문화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참여하는 소모임은 이곳 ‘주민자치형 사랑방’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부산와이엠시에이 쪽은 말한다. 주민들이 환경강좌를 열고 마을소식지를 만들며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해 어린이 문화교육 등을 하는 활동이야말로 진정한 풀뿌리 주민자치와 문화운동의 시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산와이엠시에이 김현정(33) 간사는 사랑방이 주민들의 소통공간이자 내 고장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지난 3일 부산 동구 수정동 ‘꿈꾸는 사랑방’ 개소식에서 지역주민들로 꾸려진 풍물패가 흥겨운 얼굴로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 부산와이엠시에이 제공
주민 스스로 만들어 참여하는 소모임은 이곳 ‘주민자치형 사랑방’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부산와이엠시에이 쪽은 말한다. 주민들이 환경강좌를 열고 마을소식지를 만들며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해 어린이 문화교육 등을 하는 활동이야말로 진정한 풀뿌리 주민자치와 문화운동의 시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산와이엠시에이 김현정(33) 간사는 사랑방이 주민들의 소통공간이자 내 고장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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