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보상 등 미해결…세입자 쫓아내는 ‘법 개악’도
말은 무성했다. 2009년 용산 참사 뒤 ‘대체 임대상가 조성’ 등 여러 개선안이 쏟아졌지만, 실질적 대책은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토지 등 소유주가 세입자를 내쫓게 만드는 ‘법 개악’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정부는 2009년 2월 ‘용산 화재사고 후속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는 상가 임차인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고 △영업손실에 대한 휴업 보상비를 3개월치에서 4개월치로 더 늘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상가 우선 분양 방안부터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분양가가 높을 뿐더러, 잔여 상가는 사실상 상품성이 떨어지는 ‘미분양’이기 쉬운 탓이다. 영업손실 보상액도 고작 몇백만원 더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 최소 3년 간의 평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영세한 상인들은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가 많다. 그나마 영업이익 평가도 조합이 주도하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다고 임차인들은 말한다. 상가 세입자들이 영업손실에 대해 ‘폐업 보상’ 수준인 2년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용산 참사의 쟁점이었던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상가 세입자들의 보상 희망 1순위는 권리금 보상이었다. 대부분 막대한 권리금을 주거나 거액의 시설투자금을 들여 피땀 흘려 상권을 일궜지만, 권리금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상권이 숙성될수록 땅 보상비는 잘 나온다”며 “용산에서 소유자가 10평에 8억원 보상을 받을 때, 정작 상권을 일군 상가 세입자들이 손에 쥔 것은 3000만원 안팎이었다”고 말했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사무국장은 “뉴타운 상가 세입자 대책은 실효성은 없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이라며 “상가 세입자들은 다른 곳에서 같은 조건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주거 세입자 대책으로 확정된 2009년 5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도 문제다. 조합이 세입자에게 손실 보상을 하면 조합 사업비에서 공제하도록 돼 있었는데, 개정 이후에는 그만큼 조합원 재산 산정액에서 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입자로 인한 보상비 부담을 덜기 위해 토지 등 소유주들이 세입자를 ‘등 떠밀어 내보내는 구조’가 됐다.
수원/홍용덕, 엄지원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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