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사업시행 돕는 정비업체 400여곳 난립
수주 성공땐 시공사한테 5억~50억 대가 받아
뒷돈·폭력 등 불법도…반대 주민들과 갈등 심각
수주 성공땐 시공사한테 5억~50억 대가 받아
뒷돈·폭력 등 불법도…반대 주민들과 갈등 심각
“왜 정비업체들의 탈법, 불법을 눈감는가?”
경기도 군포 역세권 뉴타운 사업지구에 사는 주민 윤석흥씨가 지난 3월30일 군포시청 2층 시민의 방에서 외쳤다. 이 지역 뉴타운 반대 대책위원회 주민 9명이 시 공무원들과 만나 정비업체의 행태를 성토하고 있었다. 이성수 ‘군포 뉴타운 반대위원회 연합’ 공동위원장은 “뉴타운 사업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반대쪽 주민들과 정비업체 직원들 사이에 폭력이 빈발하고, 이러다 칼부림도 날 것”이라고 했다.
뉴타운 곳곳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는 조합과 정비업체 및 홍보업체(‘아웃소싱업체’, 오에스업체라고도 부름)들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 등과 맞서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왜 뉴타운 사업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가? 뉴타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는데, 사업 주체는 주민이다. 뉴타운을 포함한 도시정비사업 지역은 수도권만 2000여곳에 사업 규모는 ‘400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체들에는 ‘블루오션’으로 꼽혀, ‘한방 날릴’ 기회를 찾는 정비업체 등 관련 업체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만난 한 정비업체 사장은 “건설사를 시공업체로 선정해주고 받는 이른바 ‘수주 피(fee)’, 곧 수주 대가가 5억~50억원에 이른다”고 털어놨다.
정비업체의 공식 용어는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체’다. 정부가 시공업체들의 직접 개입을 막으려고, 자본과 전문성을 갖춘 정비업체로 하여금 주민들의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 인가서 작성을 지원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소 자본에 최고 권력’을 지닌 정비업체의 출현이었다. 현재 정비업체는 전국에 400여개, 이 가운데 서울에 217개가 난립중이다.
법적으로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뒤 선정되지만, 실제로는 사업 고시 직후 활동에 나선다. 찬성 쪽 주민들을 대신해 토지 등 소유자나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은 ‘홍보업체’가 주로 하는데, 정비업체가 겸업하거나 경쟁하면서 사업 추진을 거든다. 조합은 이들 업체를 자신의 사업구역 정비업체로 지정하고, 이들 업체에 시공사 선정권까지 준다는 게 업계 쪽 설명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10년 사업을 벌여 버는 용역비가 6억원가량인데, 시공업체에 수주를 연결시키면 한 번에 억대를 주기 때문에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세한 정비업체들은 사업 초기 몇 년 동안 조합 지원 등에 자신들의 자본금 수준인 5억원 안팎을 쏟아붓는다. 이들에게 뉴타운 사업의 중단은 100% 부도로 이어지는 만큼 사업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부 조합과 정비업체, 홍보업체, 시공업체 사이의 공고한 ‘먹이사슬 구조’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의정부지검은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 6곳을 시공사가 되도록 도와주고 이들에게서 45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정비업체 ㄹ사 대표 김아무개(46)씨 등 7명을 구속했다. 여기엔 정비업체와 건설업체로부터 9000만원을 받은 김아무개(53) 조합장도 포함됐다. 이재춘 ‘광명 뉴타운반대 총연합회’ 회장은 “정비업체가 사실상 사업 주체로서, 주민을 속이면서 사업을 강행하고, 건설회사는 제 잇속만 챙기는 사이 골병드는 것은 주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주 피’를 노린 일종의 ‘떴다방’식 사업 구조 속에서, 뉴타운 사업의 공공성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린다. 대통령 자문 사회통합위원회가 파악한 바를 보면, 2007년 이후 뉴타운 사업지구에서 제기된 행정소송은 212건, 수도권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만 4000여건에 이른다. 대부분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설립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무효소송 등이다.
정비업체 등은 서울에서보다 경기도에서 더 극성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는 ‘정비업체 폐해를 막는다’며 지난해 7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에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경기도에는 이런 제동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뉴타운 사업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뉴타운 사업지구의 이웃한 두 건물에 8일 오전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오른쪽 건물)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가 각각 내건 펼침막(왼쪽)이 나란히 걸려 있다. 조합 쪽과 주민대책위원회는 2008년 6월 이후 조합 설립 무효확인 소송 등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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