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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350일 싸웠지만 돌아갈 직장 없어져”

등록 2011-05-12 20:45

신현종 위원장
신현종 위원장
매수자 세이브존과 합의해
11명에 2800만원씩 위로금
“금전적 보상있었지만 공허”
코아백화점 고용승계 투쟁 이끈 신현종 위원장

“회사 쪽과 합의서를 쓰니까 더 힘듭니다. 금전적으로 해결은 일부 이뤘지만, 이제 돌아갈 직장이 없어졌습니다.”

전북 전주 코아백화점 노조를 이끈 신현종(40·사진) 위원장의 요즘 기분이다. 350일을 투쟁한 그는 지난 6일 패션전문업체 세이브존과 합의서에 서명했다. 내용은 “조합원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조합원 11명에게 2800만원씩 모두 3억8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며, 서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한다”는 것이다. 고용승계 목표를 관철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

합의를 하게 된 배경은 회사 쪽이 “1명 정도는 고용승계를 고려할 수 있지만, 근무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했다. 조합원들은 “남은 조합원 11명(남자 4명, 여자 7명) 중에서 누가 들어갈 것인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결국 투쟁을 접었다.

투쟁은 지난해 5월22일 파업으로 시작됐다. 향토백화점 코아백화점이 매각 과정에 있었다. 백화점은 지난해 8월 폐업했고, 세이브존에 자산매각 방식으로 팔렸다. 처음에는 노조원 70여명이 투쟁에 참여했으나 마지막에 11명이 남았다. 그동안 단식농성도 했고, 민주노총과 불매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투쟁은 힘겨웠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떠났다.

조합원이 떠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이들은 나이·근속연수 등에 따라 실업급여만을 3~7개월 받았을 뿐이다. 한달에(28일 기준) 90만원 안팎이다. 그동안 대출금을 받아 썼다. 적금과 보험도 해약했다. 가족들의 반대도 힘들었다. 가족들은 “이제 그만하고 딴 직장을 찾아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투쟁을 계속하느냐”며 설득했다.

조합원 김은정(30·가명)씨도 많이 우울하다. 자꾸 눈물이 난다. 자신감도 잃었다. 김씨는 첫 직장으로 11년 근무했다. 김씨는 “노조가 코아백화점과 매각 전에 고용승계를 약속한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나 무용지물이 됐다”며 “우리가 돈 몇푼 받겠다고 1년을 투쟁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가 사람을 무시하고 거지 취급하는 것만 같았다”고 덧붙였다.


세이브존 쪽은 지금까지 “외주형태로 운영되는 회사 규정상 고용승계는 어렵고, 필요한 외주업체에 우선 취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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