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조사’ 왜관주민 반응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주한미군 캠프 캐럴에서 환경부와 경북도가 합동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미군이 실제 제초제 등 유독물을 매립한 기록이 공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주민들은 놀랍고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캠프 캐럴 정문 앞 아파트에 사는 정재천(57)씨는 “30여년 전에 묻었다는데 혹시 드럼통이 삭아 내용물이 흘러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주민들을 위해 빨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대 인근에 살며 부대 안에서 3년째 막노동을 해온 이아무개(55)씨도 “베트남 전쟁에서 썼다는 그 무서운 고엽제가 우리 동네에 묻혀 있다는 뉴스를 듣고 모두 깜짝 놀랐다”며 “이웃들이 며칠 째 불안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합동조사단이 도착하기 전인 이날 낮 12시쯤 캠프 캐럴 정문 앞에서는 백현국(62)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가 1인 시위를 벌였다. 백 대표는 “미국이 독극물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게 우방국의 바람직한 자세이고 제2, 제3의 피해를 막는 길”이라며 “만약 오염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에 참여한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국민들의 건강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니 만큼 미군 당국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들의 의혹 해소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 시설관리사령관인 팍스 준장은 “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도 23일 잇따라 미국 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는 조직적으로 자행한 환경 범죄”라고 규탄하고, 주한미군 사령관의 공식 사과와 미국 대사의 유감 표명, 다른 기지들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요구했다. 칠곡/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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