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편성 때 불이익 판단…의회도 ‘도정 견제’에 초점
전북도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일괄배치를 반대하던 강경 투쟁을 일단 매듭짓고, 저강도 대응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전북도의 이런 방침은 투쟁을 지속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 정부 부처별로 내년 예산 편성을 시작하기 때문에 강경 투쟁을 고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종문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25일 “삭발한 김완주 전북지사를 중앙부처에서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지속적인 강경 대응을 유지하는 상황이나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와 투쟁전략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호서 전북도의회 의장은 “여태껏 엘에이치 본사 유치를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새만금 전담기구 설치를 비롯한 현안이 많은데 엘에이치에 몰입해 국가식품 클러스터 후속 작업이 터덕거리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도의회가 표면적으론 유치 실패의 문제점을 짚겠다는 뜻이지만, 내부적으론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유치 과정에서 집행부의 결정을 조언하고 견제할 수 있었지만 여태껏 집행부 일정대로 마라톤·삭발·시위 등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완주 전북지사와 국회의원, 시장·군수, 지방의원 등은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엘에이치 관련 도민 보고대회’에서 유치 실패를 두고 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들 100여명은 25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부당하고 무원칙한 결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북도의회와 전북변호사협회는 엘에이치 일괄배치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다음주께 내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직접 이해당사자인 전북혁신도시안 택지·상가 용지를 분양받은 토지주 10명과 전북도의회, 전북애향운동본부 등으로 청구인단을 구성했다.
정운천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도 지난 19일 유치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함거(죄수를 이송하기 위해 수레 위에 만든 감옥)에 들어가 석고대죄를 하다 일주일 만에 내려왔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지사 후보였던 그는 호남제일문, 전북대, 객사, 경기전 등지에서 유치 실패를 사과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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