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승부조작 ‘팀플레이’ 정조준
검찰, 2개 구단 모든선수 수사하기로
검찰, 2개 구단 모든선수 수사하기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 대상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선수 2명의 소속 2개 구단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을 선수가 수십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26일 “승부조작 브로커로부터 각각 1억2000만원과 1억원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ㄷ팀 미드필더 ㅂ씨와 ㄱ팀 골키퍼 ㅅ씨 등 프로축구 선수 2명은 받은 돈을 같은 팀 동료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전달자 구실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ㄷ팀과 ㄱ팀 전체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러서 조사할 선수가 더 있으며, 이들이 챙긴 돈이 더 있을 가능성 때문에 계좌추적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계 한 관계자는 “승부조작 브로커가 선수를 매수할 때 선수 1인당 500만~1500만원을 준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ㅂ씨와 ㅅ씨가 받은 돈을 최소한 15명, 많게는 40여명의 선수들이 나눠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프로축구계 관계자는 “승부를 조작하려면 경기를 하는 두 팀 모두에서 수비수를 포함해 각각 적어도 4~5명이 공모해야 가능하므로 ㄷ팀과 ㄱ팀에는 돈을 받은 선수가 당연히 더 있고, 이들 팀과 경기를 한 상대팀에도 돈을 받은 선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 살림을 꾸려온 시민구단들인 ㄷ팀과 ㄱ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성희)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ㅅ팀에서 군인 신분으로 뛰고 있는 ㄱ씨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지난 25일 불러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ㄱ씨가 소속팀과 관계없이 프로축구 선수들 사이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 승부조작 브로커와 선수들을 연결하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곽 차장검사는 “지금은 지난 3월부터 열리는 ‘러시앤캐시컵 2011’ 대회에서 ㄷ팀과 ㄱ팀 선수들이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관여했는지에 한정에 조사하고 있으나, 코치와 감독, 다른 팀, 예전 대회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며 “누가 어떤 복권에 얼마의 판돈을 걸고 승부를 조작해 얼마의 이득을 보았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지난 21일 승부를 조작하려고 억대의 돈을 주고 프로축구 선수를 매수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김아무개(27)씨와 프로축구 선수 출신의 또다른 김아무개(26)씨 등 승부조작 브로커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 25일 이들에게 돈을 받은 ㅂ씨 등 프로축구 선수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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