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시정 관련 주요 기사를 모아 스크랩해 날마다 시장과 국·실장을 비롯해 각 부서와 시 산하 기관에 배포하던 오랜 관행을 없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모든 관공서와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언론의 주요 기사를 모아 결재까지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조처다.
성남시는 지난 5월30일부터 시청 홍보담당관실에서 매일 아침 만들던 ‘시정보도기사’ 제작을 중단했다. 에이(A)4 용지에 성남시와 관련된 중앙·지방 40여개 언론사 보도 기사를 오려붙여 만든 이 문건은 하루 20~30여쪽에 이른다. 시는 이를 50여개 부서와 사업소를 비롯해 3개 구청, 시 산하 재단 등에 배포해왔다.
하지만 시는 “신문 보도 기사를 그대로 오려 편집해 이를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등 관련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스크랩 제작과 배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 대해 “신문 발행부수가 미미한 군소 언론사들이 자사의 기사가 스크랩되지 않을 경우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커지자 이를 폐지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일부 기자들은 “기사가 스크랩에서 빠져 시장이나, 기사와 관련된 부서장이 이를 보지 못하는 만큼 내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으며 관계 공무원들과 잦은 불화를 겪었다.
스크랩 폐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스크랩을 하지 않으면 언론에 지적된 시정의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지 못해 각종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경기 안양시와 고양시에서도 같은 방침을 정해 시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이들 2개 시는 스크랩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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