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의 여인 나혜석 있다.”(주민 유동준씨의 타일 글)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길 ‘행궁동 레지던시(창작마을)’에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1896∼1846)의 자화상(사진)이 31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27일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나혜석 자화상 만들기’ 작업이 시작된 지 2개월여 만이다.
그림은 창작마을에 입주한 작가 31명 외에 행궁동 주민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찾은 관광객 등 1042명이 참여해 타일 한조각씩을 만드는 식으로 완성됐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타일 그림의 규모는 높이 15m, 너비 8.5m로, 건물 3층 높이에 이른다. 가로·세로 20㎝ 크기의 타일 3000장이 들어갔다.
작가들은 나혜석 얼굴을, 배경에는 주민 등이 자신들의 자화상을 그려 넣었다. 타일에는 참여 주민들의 사연도 기록됐다. "결혼하자”(안아무개), "장사 잘 되게 해주세요”(ㄷ갈비) 등 각종 사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미술감독 송윤회(53)씨는 “좀 힘들었지만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작가들과 어우러진 그림작업 자체를 무척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수원시가 ‘화성 행궁동 마을만들기’를 위해 지난 2009년 화성행궁 앞 땅을 사들인 뒤 철거하지 않은 건물을 예술인들에게 제공해 형성된 창작마을에는 현재 31명의 작가가 입주해 있다.
창작마을 총감독 이윤숙(51)씨는 “자화상 작업은 나혜석 선생을 알리는 동시에, 낡은 레지던시 건물과 행궁동을 주민이 참여해 재생시키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며 “행궁동의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작마을은 화성행궁에서 100여m, 나혜석 생가 터와는 300여m 떨어진 곳에 있어 찾기 쉽다.
글·사진/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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