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엣돌 위 넓힌 난간 독특
청계천을 대표하는 다리는 단연 광통교와 수표교였다. 그러나 당당한 남성미의 광통교와 부드러운 여성미의 수표교 뒤에 수줍은 청년같은 장통교가 있다. 장통교는 광통교와 수표교 사이에 서있던 다리며, 현재의 한화빌딩과 삼일빌딩 사이에 놓여있었다. 다른 이름으로는 장차골다리, 장창교, 장추교라고도 불렀다.
장통교의 가장 특색있게 만든 것은 ‘멍엣돌 위 넓힌 난간’ 양식이었다. 멍엣돌 위에 돌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짧은 난간기둥을 세운 뒤 난간기둥 사이에 낮은 난간가로대를 설치한 것이었다. 청계천 다리 가운데 장통교와 중학교, 모전교, 하랑교에서 보이는 이 난간이 전통건축 양식이냐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1887년 이전 수표교와 장통교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논란의 어느 정도 해답을 얻었다. 이 사진의 장통교에는 ‘멍엣돌 위 넓힌 난간’ 양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난간은 전통건축 양식이 아니며 1887년 이후 나타난 근대적인 난간 양식이었던 것이다. 돌건축 전문가 손영식 선생은 이 양식을 ‘일본에서 영향받은 난간 양식’으로 추정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은 1937년 <사적과 미술>에 실린 스기야마 노부조의 ‘서울의 돌다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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