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와 생활]
북악산 기슭에 여름이 찾아 든다. 따가운 햇살을 한껏 품은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길이 되어 사람들을 부른다.
북악산길은 북악산 능선을 따라 자하문에서 아리랑고개까지 이르는 나선형의 구불구불한 도로다. 하늘과 가깝다는 의미로 ‘북악스카이웨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1968년 개통된 뒤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누려왔다.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늘을 품은 숲과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취를 선사한다. 그러나 차 없는 뚜벅이들에게는 그림의 떡. 좁은 2차선 도로뿐 보행로가 없어 걸어서는 통행이 불가능했다.
3.4km 산책로 개방 ‘걷는길’ 단장
이태준가·한용운가 등 볼거리 가득 그러던 북악산길이 뚜벅이들에게도 그 품을 열었다. 성북구가 지난해 12월부터 북악산길 가운데 성북구민회관에서 성북구 경계인 북악산 중턱까지 이르는 3.4㎞ 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북악산 산책로’입구라는 간판을 따라 길은 나무계단으로 이어진다. 아스팔트만이 깔렸던 삭막한 도로가 자연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계단을 따라 걸으면 짙은 여름의 길목으로 점점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소나무, 쥐똥나무, 단풍나무, 아카시아 나무의 녹음이 짙어진다. 한쪽에선 달맞이꽃도 한창이다. 산책로가 조성된 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김정수(72·성북구 성북동)씨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고, 젊은 사람들은 손 붙잡고 ‘연애’하기에도 그만 아니냐?”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중간 중간 나무계단이 끊겨 있지만 7월 말이 되면 구민회관~정릉~성북구·종로구 경계에 이르는 3.5㎞ 구간은 길이 완공된다. 또 종로구는 창의문~팔각정~성북구·종로구 경계까지 1.1㎞ 구간 공사를 올 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북악산 보행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공사가 끝나면 안전을 위해 쳐 둔 철제 펜스도 사라진다. 북악산 주변에는 또한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인 ‘성락원(사적378호)’, 조선시대 개량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이태준가(서울시 민속자료 11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출옥한 뒤 기거했던 ‘심우장(서울시 기념물 7호)’, 고려청자 분야의 대가 ‘혜곡 최순우 선생의 고택((서울시 등록문화재 지정 예고)’ 등 각종 볼거리가 가득하다.
산책을 하고 난 뒤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곰의 집’을 찾으면 금상첨화다. 68년 북악산길과 함께 태어나 37년 동안 함께 해 온 이 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시간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개점 때 음식을 나르던 웨이터들이 ‘죽기 전까지’일을 한다는 이 곳에는 나비넥타이를 맨 60~70대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손님을 맞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이태준가·한용운가 등 볼거리 가득 그러던 북악산길이 뚜벅이들에게도 그 품을 열었다. 성북구가 지난해 12월부터 북악산길 가운데 성북구민회관에서 성북구 경계인 북악산 중턱까지 이르는 3.4㎞ 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북악산 산책로’입구라는 간판을 따라 길은 나무계단으로 이어진다. 아스팔트만이 깔렸던 삭막한 도로가 자연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계단을 따라 걸으면 짙은 여름의 길목으로 점점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소나무, 쥐똥나무, 단풍나무, 아카시아 나무의 녹음이 짙어진다. 한쪽에선 달맞이꽃도 한창이다. 산책로가 조성된 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김정수(72·성북구 성북동)씨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고, 젊은 사람들은 손 붙잡고 ‘연애’하기에도 그만 아니냐?”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중간 중간 나무계단이 끊겨 있지만 7월 말이 되면 구민회관~정릉~성북구·종로구 경계에 이르는 3.5㎞ 구간은 길이 완공된다. 또 종로구는 창의문~팔각정~성북구·종로구 경계까지 1.1㎞ 구간 공사를 올 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북악산 보행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공사가 끝나면 안전을 위해 쳐 둔 철제 펜스도 사라진다. 북악산 주변에는 또한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인 ‘성락원(사적378호)’, 조선시대 개량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이태준가(서울시 민속자료 11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출옥한 뒤 기거했던 ‘심우장(서울시 기념물 7호)’, 고려청자 분야의 대가 ‘혜곡 최순우 선생의 고택((서울시 등록문화재 지정 예고)’ 등 각종 볼거리가 가득하다.
산책을 하고 난 뒤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곰의 집’을 찾으면 금상첨화다. 68년 북악산길과 함께 태어나 37년 동안 함께 해 온 이 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시간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개점 때 음식을 나르던 웨이터들이 ‘죽기 전까지’일을 한다는 이 곳에는 나비넥타이를 맨 60~70대 할아버지들이 아직도 손님을 맞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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