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도심 속 한국전쟁 피란민촌
한국전쟁중 조성 120여가구
지금은 21가구 남고 다 떠나
시민단체 등 주거개선 팔걷어
지금은 21가구 남고 다 떠나
시민단체 등 주거개선 팔걷어
충북 청주 도심에는 아직 한국전쟁 피란민촌(사진)이 있다.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운천초등학교에서 제2운천교까지 이어진 541번지 일대다. 길 하나만 건너면 울긋불긋한 현대식 건물과 고층 아파트들로 눈이 피로할 정도지만 이 마을은 여전히 무채색이다.
피란민촌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조성됐다. 이북의 함경도, 강원도 등에서 온 피란민들은 무심천 옆에 설치한 천막에서 생활하다 미군이 공급한 자재로 120여가구에 이르는 마을을 만들었다. 눈비와 햇살은 회색 슬레이트 지붕으로 가리고 바람은 판자 등을 얼기설기 덧대 막았다. 당시 함께 조성된 수동, 모충동 피란민촌은 도시화 과정에서 모두 사라졌지만 운천동 피란민촌은 검은 때가 켜켜이 쌓인 슬레이트 지붕과 함께 여전하다.
1984년 일심아파트가 들어서면서 80여가구가 정리됐고, 20여가구는 마을을 떠나거나 새 집을 지었지만 21가구는 그대로 남았다.
피란민촌 땅은 서원대, 운호고등학교 등이 속해 있는 서원학원 소유다. 주민들은 집세로 1년에 4만8000원씩을 내고 살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어 9만6000원을 내고 두 채를 트고 사는 가정도 있다. 집이 너무 좁아 화장실을 만들지 못한 이들은 아직도 공중 화장실을 사용한다.
마을이 만들어 질 때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한아무개(66)씨는 “전쟁 60년이 지나면서 주변은 몰라보게 변했지만 이 마을만은 처음 그대로다”라며 “일부 피란민이 떠난 자리는 도시 빈민들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전기·가스 안전 점검을 벌이는 등 피란민촌 환경 개선에 팔을 걷어 붙이기로 했으며, 14일 오후 이곳을 찾은 한범덕 청주시장도 주민들의 거주 실태를 점검하고, 주거 개선을 약속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시청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