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에다 석면매립·고엽제살포 의혹 번지는데…
시민단체 ‘민관공동조사’ 결의…시에선 “소파 규정 탓 한계”
시민단체 ‘민관공동조사’ 결의…시에선 “소파 규정 탓 한계”
전북 군산 미공군기지의 환경오염 논란이 또다시 쟁점화했다.
지난달 26일 군산시 옥서면 미군기지의 기름 유출로 불거진 해묵은 논란이 최근 기지 안 석면 매립과 고엽제 살포 의혹으로 번지면서 시민단체는 민관합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지난달 30일 “2년 전 미군부대에 들어갔을 때 ‘이곳은 석면폐기물 매립지역입니다. 접근을 금합니다’라는 푯말을 봤다”며 “하지만 폐기물이 어디에서 옮겨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 쪽은 이례적으로 석면 매몰 사실을 인정했다. 미군은 “기지 안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나온 석면 등의 폐기물을 매립했지만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군산 미군기지에서도 1968년에 고엽제가 살포됐다”는 한 퇴역 미군의 발언이 최근 터져 나왔다. 또 재미동포 블로거 안치용씨의 미공군대학 논문을 인용해 “미군이 1997년 실시한 군산기지 지하수 오염조사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기지 사령부와 북쪽 초소에서 각각 기준치의 7배와 13배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방송보도도 이어졌다.
시민단체 ‘군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등은 기름 유출, 석면 폐기물 매립, 고엽제 살포, 지하수 오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군산기지 내부와 주변 마을을 상대로 전면적 환경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피해는 여러 차례 쟁점화했으나, 토양·수질 등 환경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져온 만큼 이번에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조사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군기지 내부의 환경조사권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따라 군산시의 권한 밖에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미군 쪽에서 소파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절차를 밟아 처리할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으로 답변을 해왔다”며 “미군기지 안 환경오염 사고는 2002년에 제정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 절차’에 따라 미군과 지자체 간 연락체계가 구성돼 있으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군산 평통사는 15일 저녁 7시 군산시립도서관에서 ‘군산기지 환경범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는 미군기지 기름 유출 및 환경오염 의혹 해결을 위한 민관공동조사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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