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뺏고 새집도 뺏어”
재개발개혁포럼 청원서
재개발개혁포럼 청원서
서울 성북구 석관1동에 사는 ㄱ씨는 2006년 ‘헌 집 주면 새 아파트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석관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가입했다. 그는 단독주택(대지 96㎡, 건물 61㎡)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주·철거 직전인 관리처분 단계에 이른 지난해 11월, 자신의 집 감정평가액과 부담금이 적힌 ‘분양대상자별 분양예정 내역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평가액은 2억2000만원인 반면, 분양받을 84㎡ 아파트의 값은 4억53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땅 96㎡를 소유한 ㄱ씨가 지금 사는 동네에 들어설 84㎡짜리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2억33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뒤늦게 관리처분 단계에 와서야 자신의 분담금액을 알게 된 서울 뉴타운·재개발사업 지역 주민들이 ‘헌 집을 빼앗고 새 집도 뺏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나눔과 미래 등이 꾸린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은 20일 ‘재개발·뉴타운 지구의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주민들의 사업추진 희망 여부를 서울시가 조사하도록 할 것’을 요청하는 청원을 서울시의회에 냈다.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은 청원서에서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하면 집값이 상승해 큰 비용 부담 없이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해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 됐다”며 “올해 서울에서만 96개 재개발지구에서 관리처분 계획을 인가받을 상태에 와 있어 주민 갈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뉴타운·주택재개발 정비지구 등으로 지정된 곳 가운데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조합 설립이나 시행계획 수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과반수 주민들이 정비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지역 등에 대해 서울시가 직접 △가구별 비용 부담 규모 △사업 추진 여부 등을 조사하도록 서울시의회가 결의해달라고 촉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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