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시험을 치른 대구대에서 도우미 학생(왼쪽)이 시각장애인 친구가 불러주는 답을 대신 답안지에 적고 있다. 점자에 익숙하지 못한 시각장애인 학생은 도우미가 읽어 주는 문제를 듣고 답을 말하면 도우미 학생이 답안지에 옮겨 적는 방법으로 시험을 친다. 대구대 제공
대필도우미 지원받고…점자단말기 활용하고…
장애학생 가장 많은 대구대
시험기간 편의 봐주려 노력
일부 교수는 여전히 무관심
장애학생 가장 많은 대구대
시험기간 편의 봐주려 노력
일부 교수는 여전히 무관심
대구대 1학년인 시각장애인 김아무개(20)씨는 17일 교양과목 기말시험을 쳤다. 점자에 익숙하지 않아 같은 과 친구인 도우미 황아무개(21)씨가 문제를 읽어 주면 작은 목소리로 답을 말하고, 황씨가 그것을 답안지에 옮기는 방식을 이용했다.
점자에 익숙한 시각장애 학생들은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한다. 담당 교수가 시험문제를 파일로 제공하면 자유롭게 문제를 읽고 답을 적는다. 대부분 이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빌려 쓰면 된다. 지체장애 학생들은 휠체어 전용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이용해 도우미 없이 혼자 시험을 친다. 장애 학생들은 답안지 작성에 시간이 더 필요해 담당 교수들은 보통 시간을 30분~1시간 길게 준다.
청각장애 학생들은 시험지를 보고 그냥 답안을 작성하면 되지만 간혹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청각장애 2급인 조현석(20·행정 2)씨는 “시험 유의사항과 전달사항을 칠판에 적어 주지 않고, 수화통역도 없이 담당 교수님이 말로 설명해 당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장애 학생들이 힘겹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는 모습을 주변에서 지켜보는 비장애 학생들은 늘 안타까운 심정이다. 필기가 어려운 지체장애 학생에게 노트를 복사해 준 장예은(22·국문 2)씨는 “함께 공부하면서 장애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는지 알게 됐다”며 “그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졸업을 해도 장애 학생들에게 취업의 벽은 너무 높다. 지체장애 1급인 장지혜(23·문헌정보 4)씨는 “취업의 벽이 너무 높고 두꺼워 졸업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곽성희 실장은 “장애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다양한 정책 지원이 아쉽다”고 밝혔다.
대구대는 장애 학생이 시각 57명, 청각 36명, 지체 99명 등 모두 192명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이들은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분야를 주로 공부하고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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