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서 사고…전국 매몰지 ‘비상’
장마가 닥치면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 등 오염물질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4일 오후 5시까지 하루 동안 장맛비 115㎜가 쏟아진 충북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구제역 매몰지의 저류조(20t)가 넘쳐 소·돼지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마을 주민의 식수원인 지하수 관정 상류 계곡으로 흘러들었다. 충주시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중장비 등을 동원해 같은 용량의 저류조를 추가 설치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비가 계속 내리면서 오염물질이 계곡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마을 임부연 이장은 “악취를 내는 침출수가 계곡으로 유입되는데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침출수가 계곡 주변 지하수 관정에 유입되면 주민 50여명이 먹는 물이 그대로 오염될 것”이라고 발을 굴렀다.
이곳은 지난 2월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 등 정부 합동 점검반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곳이다.
충주시는 지난 18일에야 매몰지 100여m 아래쪽에 침출수 등 오염물질을 모아두는 임시 저장탱크(2t) 2개를 설치한 데 이어 21일 저류조를 설치했지만 장맛비 피해를 막지 못했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정부의 안이한 매몰지 관리와 자치단체의 늑장 조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충주시 축산과 변순복씨는 “추가 저류조 등을 설치해 침출수 하천 유입을 막아 나갈 계획”이라며 “비가 그치면 매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수(46·농학박사)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저전마을처럼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 등 오염물질이 하천에 유입되면 2차 오염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토양 오염은 물론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져 먹는물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의 구제역 매몰지는 76개 시군 4799곳이며, 이곳에는 약 350만여마리의 소·돼지가 묻혀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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