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복(66) 전 조선대 금속공학과 교수
이효복 전 교수 강진에 미술관 열어
용접을 전공했던 60대 공학자가 사재를 털어 자신의 고향인 전남 강진에 학명(鶴茗)미술관을 열었다.
이효복(66·사진) 전 조선대 금속공학과 교수는 27일 “월출산 자락인 강진·해남·영암의 초·중·고 학생들과 젊은 신예 작가들이 예술혼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미술관을 연 취지를 말했다.
24일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에 실내 전시장 190㎡와 야외 전시장 4051㎡ 규모로 들어선 미술관은 그가 2005년부터 6년 동안 사재를 털어 고향집을 복원하고, 전시장을 짓는 등 전력을 다한 끝에 이룬 결과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웬 미술관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릴 때 선친(이근묵)의 사랑채에 남도의 시인·묵객들이 수없이 드나들었어요. 그 거침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 덕분에 작품 200여점을 소장하게 됐는데 혼자 보기가 아까워 일을 벌였지요.”
그는 지난해 조선대에서 은퇴한 뒤 개관 준비를 서둘렀다. 남농 허건, 소전 손재형, 설주 송운회 등 대가들의 작품을 공유하고, 신진 작가들이 남도의 문화전통을 계승하도록 지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술관이 있는 월출산 경포대 일대는 유홍준씨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실렸고, 동양화가들조차 자신의 그림을 나란히 걸기를 꺼릴 만큼 산수가 빼어난 장소”라고 자랑하는 그는 “관객들이 녹차밭을 사이를 거닐며 산수와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쉼터로 가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안팎인 지역 청년작가 16명의 작품으로 개관전을 꾸린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대학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앞으로 10여년은 해마다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40여년 동안 쌓아온 용접 감각으로, ‘지역’과 ‘예술’을 잘 붙여보려 합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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