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가 6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청 앞에서 인화학교의 교명·정관 변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법인, 이름·정관 변경신청…악소문·학생감소 탈피 의도
대책위 “장애아동 피해 반복…면죄부 줘선 안돼” 반발
대책위 “장애아동 피해 반복…면죄부 줘선 안돼” 반발
“아무런 반성도 없이 학교 이름만 바꾸겠다고?”
6일 오전 11시 광주시 광산구청 현관.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가 학교 쪽의 ‘교명 세탁’을 규탄하려고 마련한 기자회견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회견이 끝나려는 순간 인화학교 졸업생 강복원(53·광주농아인협회장)씨가 ‘꼭 할 말이 있다’며 앞으로 나섰다. 강씨는 때마침 내리는 궂은비에도 아랑곳없이 북바치는 분노를 토로했다. 그의 몸짓은 격렬하고 간절했다. 수화 도중 여러 차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학교 안에 성폭력 가해자와 책임자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피해학생 치료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운영 주체도, 사건 장소도, 생활 장애인도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꾸겠다는 겁니까. 이렇게 반성도 없이 나쁜 머리를 쓰는 학교에는 ‘전자 발찌’ 안 채웁니까.”
굳이 수화 통역사를 거치지 않아도 학교가 해묵은 상처를 털고 정상화하기를 바라는 그의 호소는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대책위는 지난달 사회복지법인 우석이 학교 이름을 인화학교에서 서영학교로 바꾸고, 재활사업 대상도 애초 청각·언어장애에서 지적장애로까지 넓히겠다며 정관 변경을 신청한 사실을 듣고 비상이 걸렸다. 학교 쪽이 2005·2010년 발생한 성폭력 사건으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직원 4명이 형사처벌되면서 학교엔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사건 6년 만에 학생수는 100명에서 22명으로 줄었다. 2013년에 공립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급해진 학교 쪽의 속셈을 읽은 대책위는 승인권을 가진 광산구청을 찾아갔다.
대책위 쪽은 성폭력 사건의 사과와 반성은커녕 과거의 얼룩만 지우려는 학교 쪽의 ‘잔꾀’에 제동을 걸었다. 김용목 대책위 대표는 “성폭력 시설로 낙인이 찍혀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니까 간판을 바꿔 달고 업종을 전환하려 한다”며 “구청 쪽이 절차의 적법성만 따져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에 참여한 26개 시민단체 대표들도 △우석의 정관 변경 철회 △광주시·광산구의 불승인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 50여명은 소설 <도가니>의 배경인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풍선 50여개를 일제히 터뜨리기도 했다. 김미숙 장애인차별전화 상담원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한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풍선을 터트렸다”며 “242일 동안 농성을 하고, 무릎이 닳도록 3보1배를 해도 외면하던 인화학교, 시청·구청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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