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건설 승인에 주민들 “물러나라”
과천시, 서민주거정책-여론악화 놓고 고민중
과천시, 서민주거정책-여론악화 놓고 고민중
이명박 정부의 ‘간판급’ 서민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의 사업 지구 지정에 동의한 여인국 경기도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집값 문제로 주민소환이란 도마에 오른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 집값에 술렁이는 과천시 인구 7만인 전원도시인 과천시는 정부종합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역경제 타격과 도심 공동화 등이 교차해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5월 갈현·문원동 일대 지식정보타운 135만3천㎡의 터에 2015년까지 5차 보금자리주택 9600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2004년부터 시내 지역에서 진행되던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2006년 10억원을 훌쩍 넘겼던 30평대 아파트 가격은 7억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긴 했지만, 낙폭 과대에 따른 주민들의 허탈감은 어느 지역보다 큰 상태다. 결국, 주민들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시장을 규탄하자’며 지난 10일까지 5차례의 집회를 이어갔다. ‘여인국 주민소환운동본부’라는 틀까지 갖춘 주민들은 9천여명의 보금자리주택 반대 서명을 통해 시장을 압박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과천시 유권자가 5만5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운동본부는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재건축 지역의 일반 분양이 안돼 재건축 추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동의하거나 이를 막아내지 못한 시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 산 너머 산 수도권 유일의 3선 단체장인 여 시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11일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을 보류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그는 “재산가치 하락과 재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다”며 “모든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건설 반대 여론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이는 또 다른 반발의 불씨가 되고 있다.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600여명의 땅주인들의 반발과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직·간접적인 혜택을 보게 될 과천시 세입자(전체 가구의 60%로 추산)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천시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따르자니 주민 반발이 거세고, 반발 여론을 수렴하자니 주거복지라는 큰 틀의 서민정책을 역행하는 것이어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일부 진보성향의 과천시 의원들은 최근 보금자리주택 지구 안에 영구임대 주택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