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받은 괴산땅 156필지
국가귀속 취소 소송 패소
법원 “선대 고유재산 증거없어”
국가귀속 취소 소송 패소
법원 “선대 고유재산 증거없어”
친일파 홍승목(1847~1925)의 반민족 행위는 그의 아들 홍범식(1871~1910) 선생과 손자 벽초 홍명희((1888~1968) 선생 등 후손들의 독립운동 행위로 씻을 수 없으며, 그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행정부(부장 최병준 판사)는 14일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 등을 지낸 홍승목의 후손 홍아무개씨가 충북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일대 땅 156필지(51만7000여㎡)를 친일 재산으로 규정해 국가 귀속 결정한 것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승목은 친일 상업단체인 제국실업회 회장으로 합방 청원 운동에 가담하고, 참전 일본군인에게 후원금을 내는 등 친일 행각을 벌인 데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 등을 받는 등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해당한다”며 “괴산 땅 156필지는 그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로 재직하던 1918년 2월 ‘사정’(일제가 심사하여 결정) 받아 취득한 것이므로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의 아들 홍범식 선생과, 손자인 벽초 홍명희 선생 등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한 만큼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해당되지 않고, 재산 국가 귀속 결정도 취소해야 한다’는 홍씨의 주장에 대해, “홍승목이 일제 한테서 받은 작위를 반납하거나, 직접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만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괴산 땅이 일제한테서 받은 게 아니라 선대에서 이어진 고유 재산’이라는 홍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제시대 토지·임야의 ‘사정’은 해당 토지·임야를 원시 취득하는 것으로, 소유권이 선대로부터 이어졌다는 명확한 자료가 없고, 이들 땅이 친일 재산이 아니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지난해 2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홍승목이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고 그의 부동산은 친일재산으로 인정된다’며 국가 귀속을 결정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홍승목의 아들인 홍범식 선생은 “죽을 지언정 친일을 하지 말고, 먼 훗날에도 나를 욕되게 하지 말라”며 1910년 8월29일 경술국치일에 자결했으며, 손자인 홍명희 선생은 1919년 3월 괴산지역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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