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권고 무시·행정소송도 안 내…“선출직 단체장 규제장치 만들어야”
계약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된 이강수(60) 전북 고창군수가 피해자 손해배상과 인권교육 수강 등을 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을 1년 가까이 거부하고 있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에게는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뚜렷한 법적 수단이 없어, 법률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8월20일, 이 군수와 박현규 전 고창군의회 의장에게 여직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해 △특별 인권교육 수강 △피해자에게 이 군수 1000만원, 박 전 의장 500만원 지급 △고창군과 의회의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 수립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성희롱 방지조처 점검 등 4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군수는 9월 초 “사건 실체 파악에 결정적인 관계자들의 중대한 진술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인권위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고, 권고내용에도 승복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인권위가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계속 재촉하자, 이 군수는 지난해 11월 “특별 인권교육 수강 등 개인과 관련한 2개 사항은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고,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기관과 관련한 2개 사항은 이행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이 군수는 공언과 달리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박 전 의장은 지난해 10월 고창군의회로부터 ‘30일 의회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국가인권위 조사관은 “인권위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자치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앞으로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이 군수는 성희롱을 인정하지도 않고 소송도 제기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광역자치단체장은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해 혐의가 확정된 적이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군수에게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고창군 관계자는 “다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왜 거론하느냐”고 말했다.
피해 여직원의 아버지(52)는 “지난해 8월 하순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이 군수를 제명 결정할 즈음 이 군수가 ‘살려달라’고 애원해 합의해줬다”며 “그런데 친구가 합의 뒤 확인서를 잘못 써주는 바람에 이 군수에게 법적 책임을 더 묻기는 어렵게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