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가경터미널시장은 버나돌리기, 악기 연주, 노래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지난 9일 시장통에서 열린 문화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제공
옥천선 시인 정지용·대구선 가수 김광석이 ‘손님맞이’
상인들은 판소리·밴드 공연선물…매출증가 신바람
상인들은 판소리·밴드 공연선물…매출증가 신바람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의 대표 상인은 가수 김광석(1964~1996)이다. 15년 전 숨진 가수 김광석이 시장 곳곳에서 손님을 맞는다. 시장통에는 김광석과 그의 노래 관련 벽화가 가득하고, 벤치에는 기타 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본뜬 조형물이 앉아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김광석의 팬들이 옆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토요일마다 ‘장퍼포먼스’라는 난장을 펼치면서 방천시장은 대구의 대표 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신범식(63) 방천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근처에서 나고 자란 김광석을 시장의 상징으로 내세웠더니 전국에서 손님이 몰리는 등 생기가 돌고 있다”며 “죽은 김광석이 죽어가던 시장을 살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은 3년 전 광주비엔날레 현장전시 이후 아예 ‘대인예술시장’으로 불린다. 시장 상인들은 가게 260곳 가운데 30여곳을 공연장·아트숍·창작방으로 내놨다. 도예가 김영설, 서양화가 박문종 등 10여명이 다달이 릴레이 전시를 한다. 홍정희(63) 대인시장 상인회장은 “예술시장을 표방한 뒤 매출이 20%가량 늘었다”며 “빈 점포가 줄어들고, 시장을 오가는 층이 젊어진 것만으로도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향수’를 지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 충북 옥천군 옥천시장은 시심이 흐르는 ‘시(詩)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향수’ 등 정 시인의 대표작을 담은 시화 작품들이 장이 설 때마다 시장에 내걸려 손님들을 맞는다. 전남 장흥군 예양시장의 토요 난장과 노래자랑도 인기다. 누구나 무대에 올라 ‘딩동댕’ 합격종이 울리면 한우 600g을 선물로 준다.
제주 올레 6코스 길목인 제주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상인회 등이 지난해 11월 조성한 시장 안 물길(길이 100m, 너비 1m)이 손님을 끌고 있다. 물길에는 금붕어·미꾸라지·메기 등 물고기와 수생식물, 물허벅을 든 여인상 등이 어우러져 있다. 시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매긴 시장 활성화 수준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현상철(48) 올레시장 사무국장은 “물길 조성 이후 관광객과 손님은 평균 50%, 매출은 30%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문화를 덤으로 얹은 시장이 손님을 모으자 상인들도 ‘문화 열공 모드’에 빠졌다.
400년 전통시장인 부산 북구 구포시장 상인들은 다음달부터 시장 안 문화광장에서 감동진(구포) 별신굿, 구포장타령, 구포선창 노래를 재연할 참이다. 상인들은 계승자한테서 굿·타령 등을 익혔으며, 시장 안에 구포 나룻배 모양을 본떠 가로 5m, 세로 30m 크기의 카페도 만들 예정이다. 충북 청주시 가경터미널시장 상인들은 춤·판소리·밴드·국악 동아리를 만들어 틈틈이 손님들에게 공연 선물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부터 벌여온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중소기업청이 추진한 문화광광형 시장 활성화 사업 등이 ‘문화 시장’ 가꾸기 열기의 불을 지폈다.
최금정 문화부 지역문화과 주무관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이후 상인 스스로 시장의 가치 발견에 힘쓰는가 하면 시장과 지역이라는 공동체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문화가 소비자 증가, 매출 확대 등 경제적 효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대구 방천시장은 시장 이웃마을에서 나고 자란 가수 김광석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불리는 시장통은 요즘 전국에서 몰려든 김광석의 팬들과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구 중구 제공
최금정 문화부 지역문화과 주무관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이후 상인 스스로 시장의 가치 발견에 힘쓰는가 하면 시장과 지역이라는 공동체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문화가 소비자 증가, 매출 확대 등 경제적 효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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