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농성을 벌여온 노동자들을 부산지방법원 집행관이 공장 밖으로 내보낸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경찰병력이 둘러싸고 있는 영도조선소 쪽으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장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선박크레인이 보인다.
부산/ 박승화 한겨레21기자 eyeshoot@hani.co.kr
‘희망버스’ 찬반 인터뷰 맞대결
30일 ‘3차 희망버스’ 행사를 앞두고,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사태로 상징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외부세력’인 희망버스가 부산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시민들의 생활까지 불편하게 만든다고 맞선다. <한겨레>는 21일 희망버스 제안자인 송경동 시인과 희망버스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허남식 부산시장을 각각 인터뷰해 서로 상대 쪽에서 제기하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노사의 상생노력 지켜보는 인내심 발휘해야 할 때
조선소 먼저 정상화하고 정리해고 문제 논의해야
허남식 부산시장
-희망버스 참여 시민들은 한진중공업 사태의 근본 원인인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부산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에 왜 반대하는가?
“6개월 넘는 파업사태가 자율적이고 평화적인 6·27 노사 합의로 일단락됐다. 장기간의 파업과 직장폐쇄는 근로자와 가족, 많은 부산 시민들에게 고통과 불안감을 안겨줬다. 조선소 근로자만 1400여명이고, 협력업체도 35개에 이른다. 당사자들이 고뇌 끝에 만들어낸 노사 합의정신을 희석시키는 외부의 움직임은 조선소 조기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일단은 노사의 상생 노력을 지켜보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조기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움직임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시민들의 생활 안정과 조선소의 정상 가동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희망버스로 불편을 겪는 부산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희망버스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다. 부산역에서는 80여개 단체 회원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이 모두 희망버스를 반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물론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경제를 걱정하고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관점에서 볼 때, 노조가 조업에 복귀한 만큼 노사 양쪽에 맡겨 놓자는 것이다.”
-‘부산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가 3차 희망버스가 오면 저지하겠다고 한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대책은 있나? “양쪽이 충돌할 것 같아 걱정이 되니까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회사가 수주 물량을 필리핀으로 돌리고, 정리해고 통보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원의 배당을 하는 등 경영 과실은 회사 쪽이 독차지하고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하는데. “회사 내부 사정은 깊이 알 수가 없으나,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정리해고는 해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지만 현재의 인력으로는 도저히 경영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불가피한 선택 아니겠는가.” -노조의 실무교섭 대표인 최우영 사무장은 “정리해고 문제가 아직 남아 있으므로 합의나 타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시장이 합의라고 말하는 것은 회사 쪽에 치우친 것 아닌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이끌어낸 6·27 노사 합의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회사를 먼저 정상화하고, 정리해고 문제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정리해고가 정당하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나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노사 합의문에도 나타나 있는 것처럼 정리해고 문제는 노사가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부산시가 좀더 적극적으로 중재를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 시는 먼저 노사와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5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회사 쪽이 노사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참여를 거부해, 범시민적인 중재 노력이 무산됐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중재자의 태도를 지키면서 노조에는 회사의 형편을 전달하고, 회사에는 노조의 요구를 전달하는 등 꾸준히 물밑접촉을 해왔다. 노사가 합의문에 서명하기 며칠 전에도 양쪽을 불러 설득했다. 다만 미묘한 사정을 고려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 한진중공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한다고 보는가? “20일 회사를 방문해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전화로 고공농성에 따른 어려움과 건강을 걱정하면서 이제 전국적인 관심사가 돼 의사 표출이 어느 정도 된 만큼 농성을 풀고 내려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이제는 노사에 맡겨 두자. 한진중공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용자 쪽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부산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한진중공업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부산/이수윤 기자 syy@hani.co.kr, 사진 부산시 제공
우린 아픔을 나누는 것, 부산시민들도 응원해주길
희망버스 없애려면 정리해고·비정규직부터 없애라
송경동 시인
-희망버스가 교통체증과 소음 등으로 부산 시민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피서철 지역 경제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있다.
“부산 시민들이 실제로 바라는 게 무엇인가. 한진중공업은 지난 60여년간 부산 노동자·시민들의 노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한진중은 이렇게 쌓은 부를 지역에도 환원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수십년간 한진중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을 정상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부산 시민들의 이해관계에 배척되는 것이 아니다. 한진중은 부산 시민들의 노력과 도움을 통해서 성장했는데 지금은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필리핀 수빅으로 공장을 옮겼다. 부산 시민들은 이런 한진중을 지켜주고 싶은 건가? 한진중은 지난 3~4년간 부산 시민이기도 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3천명을 해고했다.”
-노사 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장·부산상공회의소장·부산고용노동청장 등 공공기관의 장들이 시민의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3자 개입’이라며 반대한다. 철저히 회사 편에 서 있는 이들은 외부세력 아닌가? 우리는 노동자·서민, 소외받는 사람들 편에 서 있다. 일부 언론들이 이번 사안을 부산 시민들과 희망버스 간의 대립으로 왜곡하려 한다. 이번 싸움은 사실 한진중 노동자들과 그 가족, 소외받는 이들의 편에 선 다수의 사람들과 부를 지키려는 소수의 사람들과의 대립이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누군가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연대하기 때문이다. 희망버스를 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가 3차 희망버스가 올 경우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봉쇄하겠다고 한다. 자칫 이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는데, 3차 희망버스 행사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우리는 그런 분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앞에 나서지 못하는 평범한 부산 시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해달라는 호소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3차 희망버스는 부산 전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평화롭게 행사를 진행하고 자율적인 축제의 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재용 한진중 사장이 20일 한 언론을 통해 “흑자가 나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회사 쪽의 태도에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닌가?
“쌍용자동차의 예를 보자. 경영 정상화가 되면 정리해고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겠다던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나? 지금도 한진중은 수조원을 들여 수빅조선소에서 다국적 노동자들을 고용할 정도의 재력이 있다.”
-희망버스에 ‘배후세력’이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지켜보고 연대해 온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자연스럽게 모여든 것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던 중 희망버스 행사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농민·교수·어린이·문화예술인·종교인·장애인·보건의료인·법조인 등 여러 계층을 희망버스에 올라타게 한 ‘진짜 배후’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고통 속으로 내몬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다. 희망버스를 없애고 싶다면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꿔야한다. ”
-희망버스가 한진중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희망버스는 ‘해결사’ 버스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색해보는 움직임이다. 그 지향점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와 결실을 나누자는 것이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미약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꾸는 꿈은 사회적으로 큰 힘이 된다. 희망버스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용기를 사람들이 서로 나눠갖는 한마당이다. 한진중 문제, 김진숙 지도위원 문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해고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이정하 기자 leej@hani.co.kr
조선소 먼저 정상화하고 정리해고 문제 논의해야
허남식 부산시장
-‘부산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가 3차 희망버스가 오면 저지하겠다고 한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대책은 있나? “양쪽이 충돌할 것 같아 걱정이 되니까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회사가 수주 물량을 필리핀으로 돌리고, 정리해고 통보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원의 배당을 하는 등 경영 과실은 회사 쪽이 독차지하고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비판하는데. “회사 내부 사정은 깊이 알 수가 없으나,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정리해고는 해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지만 현재의 인력으로는 도저히 경영을 할 수 없다고 하니 불가피한 선택 아니겠는가.” -노조의 실무교섭 대표인 최우영 사무장은 “정리해고 문제가 아직 남아 있으므로 합의나 타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시장이 합의라고 말하는 것은 회사 쪽에 치우친 것 아닌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이끌어낸 6·27 노사 합의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회사를 먼저 정상화하고, 정리해고 문제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정리해고가 정당하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나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노사 합의문에도 나타나 있는 것처럼 정리해고 문제는 노사가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부산시가 좀더 적극적으로 중재를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 시는 먼저 노사와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5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회사 쪽이 노사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참여를 거부해, 범시민적인 중재 노력이 무산됐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중재자의 태도를 지키면서 노조에는 회사의 형편을 전달하고, 회사에는 노조의 요구를 전달하는 등 꾸준히 물밑접촉을 해왔다. 노사가 합의문에 서명하기 며칠 전에도 양쪽을 불러 설득했다. 다만 미묘한 사정을 고려해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 한진중공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한다고 보는가? “20일 회사를 방문해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전화로 고공농성에 따른 어려움과 건강을 걱정하면서 이제 전국적인 관심사가 돼 의사 표출이 어느 정도 된 만큼 농성을 풀고 내려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이제는 노사에 맡겨 두자. 한진중공업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용자 쪽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부산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한진중공업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부산/이수윤 기자 syy@hani.co.kr, 사진 부산시 제공
우린 아픔을 나누는 것, 부산시민들도 응원해주길
희망버스 없애려면 정리해고·비정규직부터 없애라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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